동화 로봇개(3)/ 떠돌이 개 가족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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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3)/ 떠돌이 개 가족을 만나다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7.03.2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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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3화

노란색 유치원 버스가 공 박사네 집 앞에 멈추었다. 순자가 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집 마당에선 엄마가 하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당 꽃밭에 핀 빨간 장미와 어울렸다. 스카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스카이도 바람 쐴 겸 우리 산책하러 갈까?”
“오~예스. 엄마는 요술쟁이.”
강아지가 생기면 가까운 웰빙 체육공원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엄마는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았을까. 순자는 엄마 뺨에 뽀뽀를 했다. 가방을 두려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스카이는 순자를 쫓아 고개를 돌리다 강 여사와 눈이 마주쳤다. 강 여사는 입술을 살짝 비틀어 올렸다.
“내 참, 뭔 짓인지. 이젠 장난감 로봇도 산책시켜 줘야 하고……. 스카이! 잘난 공 박사님께서 짜증 날 정도로 전화해서 뭐라는 줄 아니? 태양빛을 잔뜩 쬐어 주란다. 그래야 폴짝폴짝 잘 뛰어논다고. 로봇 강아지 주제에 너 참 호강한다.”
스카이는 지금 뭔 소린가, 하고 멀뚱멀뚱 쳐다봤다.

이름 : 강애영 여사(40살)
성별 : 여자(or 인간암컷)
아이큐 : 뒤통수 때리는 꼼수를 잘 씀
성격 : 꼬장꼬장하고 은근슬쩍 남의 머리 뚜껑 열리게 함.
현재 상황 : 무슨 감정인지 오락가락.
대응 방법 : 그냥 안겨서 기죽은 듯이…….
    
 순자는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 놓인 닌텐도3DS 게임기를 챙겼다. 게임기 안에는 닌텐독스 3D 게임이 들어 있다. 강아지를 키우고, 훈련시키고, 강아지 대회에도 참가하는 게임이다.
 순자는 엄마 손을 잡고 나무 울타리로 둘러친 앞마당을 빠져나왔다. 도로 양옆으로 이층집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빨간 벽돌집, 유리로 벽을 두른 집, 통나무로 지은 집까지 동네 집들이 아기자기하고 색깔도 알록달록했다. 지붕에는 태양빛을 받는 유리판을 달았다. 깨알 같은 햇볕이 유리판에서 반짝반짝했다. 온 동네가 눈부셨다. 거리엔 벚나무가 길 따라 줄지어 섰다. 순자는 꼭 동화 속 세상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웰빙 체육공원에는 산책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강 여사와 순자는 분수가 솟아나는 연못과 운동 기구가 잔뜩 놓인 체육시설을 지나갔다. 맞은편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푸들 강아지가 옆에서 쫄랑쫄랑 따라다녔다. 오빠 친구인 호동이 엄마다. 엄마와는 딴판이다. 엄마는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날씬한 멋쟁이. 호동이 엄마는 뭘 입어도 감당이 안 된다. 옷에서 삐져나온 살들이 걸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호동이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아는 체를 했다.
“강 여사도 강아지 키워요?”
스카이를 눈여겨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애들 장난감 로봇이에요. 큰 애가 하도 강아지를 사달라고 해서 애 아빠가 로봇개를 만들어 왔지 뭐예요. 호호호”
강 여사는 스카이를 쓰다듬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강 여사도 진짜 강아지 한 마리 키워요. 호동이가 내 아들이지만, 그 녀석 매일 밤늦게까지 게임에만 빠져 있었잖아요. 달마티안을 사주고부터는 운동시킨다고 오히려 게임은 뒷전이에요. 호호호.”
“전에 강아지를 키워봤는데 뒤치다꺼리가…….”
강 여사는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푸들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순자의 손을 끌었다. 얼른 자리를 피했다. 얼마쯤 걷다 공원 길 수풀에서 개똥을 발견했다.
“아니 누가 개똥을 안 치운 거야. 더럽게! 자기들만 좋으면 다야. 하여튼 내가 이래서 개를 안 키운다니까.”
강 여사는 개똥을 피해 곧장 건너편 어린이 놀이터로 걸어갔다. 놀이터 길목에 널찍한 팔각형 정자가 있었다. 순자가 먼저 달려가 정자 마루에 걸터앉았다.
“엄마, 스카이 안아 볼래요.”
“얘는 똥, 오줌을 안 싸서 좋네. 아빠가 머리 잘 썼다 그치.”
강 여사는 장난감 주듯이 순자에게 스카이를 내밀었다.
 순자는 스카이를 마루에 내려놓고 닌텐독스 3D를 켰다. ‘치와와와 그 친구들’ 게임을 열었다.
“스카이, 이제부터 훈련을 시킬 거야. 알겠지.”
순자는 닌텐독스에 나오는 화면을 스카이에게 보여줬다. 3D 화면이라 마치 강아지가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보였다. 스카이와 서로 엇비슷하게 닮았다. 화면 속 치와와가 멍멍 짖었다. 순자는 엎드려, 하고 명령했다. 게임기 화면 속 치와와가 뒷발을 들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며 앞발을 움츠렸다. 스카이도 화면을 보고는 따라 하듯이 엉덩이를 빼면서 엎드렸다. 엄마는 옆에서 신기한 듯 한마디 던졌다.
“제법이다. 정말 따라 하네.”
“앞발 들어.”
화면에 나타난 치와와가 앞발을 들었다. 스카이도 엉거주춤 앞발을 들었다.
“이번에는 원반던지기를 할 거야. 화면을 잘 봐.”
순자가 게임기 펜을 들고 화면에 나타난 원반을 툭, 스치며 날려 보냈다. 치와와가 원반을 잡으러 달려갔다. 붕, 뛰어올라서 원반을 물고는 다시 돌아왔다. 스카이가 화면 속 치와와를 보며 멍멍 짖었다. 순자는 엄마 손목에 찬 팔찌를 빌렸다. 원반을 날리는 대신 팔찌를 뱅그르르 굴려서 건너편으로 보냈다. 그만 힘이 넘쳤는지 건너편 마루 아래로 떨어졌다.      <4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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