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세월호 “3년 걸려, 단 3일에 올린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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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세월호 “3년 걸려, 단 3일에 올린 배”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3.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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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중인 진도 팽목항을 찾아

 

▲애타게 생존자를 기다렸던 팽목항은 지금 추모의 공간이 됐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팽목항은 모진 바닷바람을 감내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남긴 띠는 색이 바랬다. 그제서야 세월호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100곳 이상 구멍 뚫린 채 세월호는 물위로 단 3일 만에 떠올랐다. 1000일 넘게 배를 인양해야 한다고 울부짖어도 모른 체하던 정부는 ‘박근혜 탄핵’이 확정되고 5시간 만에 인양하겠다고 발표했다.
팽목항에서는 인양된 세월호를 볼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진도에 들어서 20분을 더 가야 나오는 팽목항은 침몰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생존자를 후송한 항구였다. 희생자는 인근의 서망항을 통해 안치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소식에 탑승자 가족들과 기관, 언론 등 대부분은 희생자가 없거나 적을 거라고 보고 팽목항에 모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됐다. 작은 항구였던 팽목항은 슬픔의 항구가 됐다.

팽목항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서 숙연함이 느껴졌다. 바닷바람에 뜯어진 깃발 모습은 긴 시간의 슬픔과 분노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전달하러 왔다. 그동안 구하지 못해 미안함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은 “박근혜를 퇴진시켰다”는 한마디를 전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그 규명까지 방해했던 자를 헌법재판소가 파면했다고…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에 제출된 김이수ㆍ이진성 재판관의 보충의견이다.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대응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따질 수 없으므로 ‘법률적으로는’ 파면의 이유가 될 수 없지만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가해진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ㆍ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음을 알리며 앞으로 이런 인물은 대통령으로 뽑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랜 시간, 어둠 속에 갇혔던 참혹한 쇳덩어리가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아직 밝혀야 할 일이 많다. 그런데 박근혜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통보했다는 뉴스를 보며, 또 “작고 가냘프고 연약한 원혼들이 가득한 저 쇳덩어리 배를 차마 쳐다볼 수 없”이 부끄러워진다. 정작 “부끄러워 죽고 싶어”야 할 사람은 ‘당당’한데… <열린순창>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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