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37)/ 익숙해서 습관적으로 틀리게 되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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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37)/ 익숙해서 습관적으로 틀리게 되는 표현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7.05.0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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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그리고 나서(X) 그러고 나서(O)
그리고는(X) 그러고는(O)

“모처럼 함께 모여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커피를 마셨다.”, “책을 읽고 나면 말이나 글로 자꾸 요약하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할 일은 바로 글의 뼈대를 찾는 일이다.”, “잣나무는 태어나서 200년 동안 계속 키가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1000년을 더 산다.”
위에 열거한 여러 예문에서와 같이 접속사 ‘그리고’에 ‘나서’를 붙여서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그리고 나서’를 ‘그러고 나서’로 모두 고쳐 써야 맞다.
‘그리고 나서’는 ‘그리고’와 ‘나서’가 결합된 꼴이다. 그런데 ‘그리고’는 앞말과 뒷말을 이어주는 접속부사다. 우리말에 접속부사 뒤에 보조동사가 오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는 그 자체로 오류인 셈이다. 참고로 ‘그러고 나서’는 동사 ‘그리하다’의 준말인 ‘그러다’에 보조동사 ‘-고 나서’가 붙은 말이다.
다음 예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배가 고프니 밥을 먹고 나서 그 일을 처리하자.”, “그 영화를 아직 안 봐서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 보고 나서 내 생각을 말해 줄게.”, “그녀는 한참을 웃고 나서 내게 그 까닭을 말해주었다.” 이 같은 예문의 ‘먹고 나서’, ‘보고 나서’, ‘웃고 나서’의 ‘나서’는 ‘나다’라는 보조동사에서 활용한 것인데 그 앞에는 동사가 온다. ‘먹다’, ‘보다’, ‘웃다’는 모두 동사다.
또 같은 이유로 틀리기 쉬운 표현도 있다. “갑자기 어디선가 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땅과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감독이 아는 게 많다보니 하나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를 열거한다. 그리고는 나아가야 할 캐릭터가 무엇인가를 보여줄 줄 안다,” 위 문장들에서 쓰인 ‘그리고는’은 ‘그리고+는’의 구조를 갖는데, 우리말에서는 ‘그리고’를 비롯하여 ‘그래서, 그러므로, 따라서’ 등 같은 접속사 뒤에 조사가 올 수 없다는 제약이 있으므로 ‘그리고는’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고쳐 써야 맞다.
물론 ‘그리다’가 “그림을 그리다”, “마음에 그리다”와 같이 동사로 쓰인 경우라면 ‘-고 나서’의 형태가 가능하다.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리고 나서 지워버리기를 연신 반복했다”에서는 ‘그리고’가 연필이나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의 동사이므로 ‘그리고 나서’로 써도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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