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18) 처녀 총각 원혼 맺힌 동은마을 ‘가마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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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18) 처녀 총각 원혼 맺힌 동은마을 ‘가마탑’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17.05.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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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남계리 ‘각시탑’ ‘돌가마’로도 불려

순창읍 남계리 동은마을에는 가마탑이 있습니다. 아름드리 고목나무와 함께 서 있는데 한번이라도 보셨는지요. 남계리 가마탑은 돌가마 또는 각시탑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옛적부터 이 가마탑이 있는 지역을 각시숲이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날이 더워지고 농사일은 바쁜데 정자나무 그늘 밑이 와서 한숨 쉬고 가라고 자꾸 손짓하네요. 오늘은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꽃가마도 멈추게 한 각시의 원혼” 설화가 있는 남계리로 이야기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자! 할머니 무릎베개 삼아 귓밥 파주던 시원하고 들근한 잠속으로 빠져들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도록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옛날 옛적 이야기 풀어나갑니다.

 

▲군립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기행에 나선 문학인들이 순창읍 남계리 동은마을의 가마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아야, 쩌그 풍산에서도 쬐까 더 가면 곡성 땅이라고 있잖여, 시방은 기차마을로 유명한디 말이여. 아매도 거그서 살던 아조 지체가 높은 양반이 있었다는구먼. 근디 이집에는 얼굴이 달덩이처럼 복스럽고 마음 씀씀이도 한나 버릴 것 없는 아가씨가 있었댜! 그래서 이 규수의 아부지는 순창에서도 잘났다고 유명짜헌 조진사댁에 혼담을 넣었제. 여차여차해서 혼례를 올리게 되었는디 시집가는 날 신부가 월매나 이뻤겄어.
그란디 워찌까! 하필 거센 눈보라가 몰아침서 온 세상이 순식간에 얼어붙을 정도로 엄동설한이 되어버리는겨! 근다고 혼례를 미룰 수도 없는 일, 수십명의 하인들이 바리바리 짊어진 혼수물품을 이고지고 따라오는디 가마에 탄 새색시뿐 아니라 모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겄제. 여차저차해서 순창에 딱 도착한 게 요 각시숲이었제. 그래서 한숨 돌릴 겸 잠시 쉬어가기로 혔제. 그란디 일은 그때 벌어져버렸어, 아! 한숨 돌리고 꽃가마를 들어 올렸는데 가마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여! 이상한 마음에 여종을 시켜서 가마문을 열어봉께 하이구메! 새 각시가 이미 죽어있었던 거여. 오메! 신행길은 눈물과 통곡소리로 뒤덮였는디 희안허게도 아무리 땅에서 가마를 떼내려고 해도 꿈쩍도 안허네. 최고로 발 빠른 놈을 시켜서 곡성 본가에 알렸제. 방법이 없응게 워쪄겄어, 안그래도 날씨가 험해서 걱정이 태산 같았던 부모는 초죽음이 돼서 달려와서 가마를 붙잡고 대성통공을 했겄제. 안긍가 잉! 징그럽게도 꽃가마는 땅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허는 것이여.
“저승길이 멀다 하는데 어찌하여 이리 더디 가려 하느냐?” 함시롱 각시의 어메가 시신을 어루만지며 쓰다듬으며 타이르자 그제야 떨어지드라네. 부랴부랴 곡성으로 데려가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었다는구먼. 근디 여그서 끝나면 전설이 안 되어분 것 아니겄어!
다음해부터 각시가 죽은 날만 되믄 어김없이 각시숲에 각시귀신이 나타나부네. 한없이, 한없이 원한 맺힌 목소리로 슬프게 우는 것이여. 옛날부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디, 월매나 무서웠겄어. 그랴서 마을 사람들이 각시숲에 가마모양의 각시탑을 만들어 처녀의 원혼을 위로하고 정월 열나흗날에 제사를 지내주게 되었다는구먼. 

전설은 어떤 지역이나 공동체의 역사나 자연물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하여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특성이 있지요. 순창에는 산이 많고 골짜기가 많아서인지 고개고개마다 굽이굽이 길마다 수많은 전설들이 내려오지요. 순창문화원에서 펴낸 <순창의 구전설화 1-2권>을 보시면 재미있고 황당하지만 그럴듯한 전설들이 많이 내려옵니다. 바위에 얽힌 이야기,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우스갯소리 등 정자나무 밑에 누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마을의 전설도 나올지 모르니까 올 여름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런데 1989년 남계리를 조사할 때 ‘연길하(年吉下)’라고 새겨진 기와가 나오면서 이곳이 남계리 절터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어요. 폐 절터의 석탑으로 기단부와 옥개석 하나만 남아 있다고 보기도 하지요. 가마탑을 고려시대 석탑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 가마탑에는 연산군 시절 채홍사에 얽힌 처녀총각의 원혼이 얽혀있는 전설도 있지요.

“지금의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한내리 한사 마을과 우곡리 부근에 집성촌을 이루고 대대로 살던 창녕 조씨(昌寧曺氏) 집안의 묘령의 아름다운 규수와 순창을 본관으로 한 염씨 총각은 양쪽 부모의 허락 아래 장래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연산군(燕山君)이 채홍사(採紅使)라는 벼슬아치들을 통해 전국의 어여쁜 여인을 모조리 잡아들이는 횡포를 자행할 때 조 진사의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염씨 총각은 이 사실을 알고도 속수무책의 현실을 한탄하며 식음을 전폐하더니, 조 진사의 딸이 한양 가는 길목에 묻어 달라는 말과 함께 죽고 말았다. 때가 되어 채홍사가 조 진사의 딸을 가마에 태우고 가던 중 염씨 총각이 죽어 묻혀있는 곳에서 잠시 쉬는 동안 조 진사의 딸은 자결하고 말았다. 두 남녀의 사랑을 하늘이 허락하였는지 가마꾼들이 가마를 아무리 들어도 들리지 않고 가마와 시체가 땅에 붙어 버렸다. 조 진사 내외와 순창 군수가 둘의 사랑이 영원하도록 가마탑을 세워 주기로 약속하고서야 가마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곳에 돌로 만든 가마탑을 세우고 매년 정월에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특히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저는 개인적으로는 뒷 전설이 더욱 그럴듯하네요. 역사적으로 극악했던 연산군의 폭정과 그에 얽힌 전설이어서 그럴까요. 아님 처녀 총각의 쌍방의 사랑 때문일까요? 작년에 가봤을 때 떡과 촛불이 있더라고요. 무엇을 열망했을까, 복은 받으셨을까 가끔 그 곳을 지날 때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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