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운 씨, 노익장 ‘제기차기’ 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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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운 씨, 노익장 ‘제기차기’ 명수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7.05.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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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어르신 생활체육대회 제기차기 ‘우승자’

▲1300여 담금주를 자랑하던 김재운 어르신은 정치인,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아 놓은 앨범을 꺼내왔다. 한 손에는 제기를 들고 있다.

술 담기ㆍ제기차기ㆍ사인받고 사진찍기 ‘취미’
좋아하는 일…피곤 몰라 운동 되고 건강 유지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그래서 취미생활은 피곤을 날려버리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김재운(80ㆍ순창읍 장류로) 어르신을 만난 것은 지난 18일 장수에서 열린 ‘2017 전북 어르신생활체육대회’ 제기차기 종목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어르신과 약속을 잡고 약속장소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무실로 사용할 만한 공간의 온 벽에 손수 담근 것으로 보이는 술병이 가득했다. 제기차기 얘기는 금세 잊고 술에 대해 물었다. 김 어르신은 “이거 돈벌이라고 하면 못하지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지금 호적으로는 1살이 누락돼 39년생으로 나와 있어. 원 나이는 38년생이여 그래서 80살”이라며 “여기 있는 것하고 안에 방 하나가 다 술인데 한 1300병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며느리 살린 ‘천마’로 담근 술에 가장 애착

1300여병의 약술 가운데 어르신이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천마’로 담근 술이다. 어르신이 천마에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며느리 때문이다.
김 어르신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천마다. 천마는 지금 무주에서 재배를 많이 하는데 이건 자연산이다. 깊은 산속 조건 맞는데서 일 년에 한번 나오는데 5월말부터 6월 15일 사이에 발견 못하면 끝”이라며 “왜 애착심을 갖고 좋아하냐면 저건 술이라기보다 뇌질환 치료제라 해야 맞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서울 둘째 며느리가 어느 날 뇌에 이상이 와서 쓰러졌다. 얼른 한의원에 가서 문의를 하니 천마를 먹으라고 했다. 그때는 천마가 뭣인지도 몰랐는데 강원도에서 재배를 한다기에 비싸게 주고 주문해 생천마를 갈아서 복용해 치료를 했다. 지금은 완전히 정상이 됐다. 그때부터 천마에 애착심을 갖고 쌍불을 켜고 찾아다닌다. 사람들이 산삼을 제일 으뜸으로 알지만 나는 저것(천마)을 으뜸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한 가지도 못 담갔다. 천마 나올 시기가 못됐고 집사람이 어깨수술을 해서 둘이 사니까 내가 뒷바라지를 해야 해서 다른 것들도 캐러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웃 사람의 추천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서 촬영 제의도 있었지만 “나는 특별한 것도 없고 나보다 더 많이 담그는 사람도 전국에 많다”며 거절했다는 어르신은 현재까지 87종류의 약주를 담갔고 150종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채취할 수 없는 인삼 외에는 모두 산을 다니며 직접 캔 것들이다. 이것이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김 어르신이 제기를 잘 차는 이유로 꼽힌다.

‘제기차기 명수’… 50개 에서 300개 까지

김 어르신이 제기차기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군산에서 열린 전북도민체전에서 부터다. 김 어르신은 “어느 날 집 앞 부동산에 모여 노는데 서성기 전 읍민회장이 대회를 앞두고 선수가 없었는지 ‘제기차기를 잘 하는 사람을 누구하나 뽑아야겠는데 큰일’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래서 내가 엉겁결에 ‘나도 옛날에는 한 100개씩은 찼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지’ 그랬더니 옛날 가락이 있으면 연습 조금만하면 찬다며 같이 군산서 하는 도민체전에 나가자고 했다”며 “그것이 계기가 돼 제기를 하나 갖고 와서 차보라고해서 마당에서 차보니 대충 20~30개는 얼른 찼는데 이거 갖고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전을 하게 됐다”고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 후로 쭉 대회에 나갔고 무주 어르신생활체육대회 갔을 때 한 50~60개를 거뜬히 차서 처음으로 3위에 입상했다. 군민체육대회에서 읍 대표로 나가서 3번 우승하고, 작년에 장류축제에서 순창읍 대표로 우승하고 올해 도민체전에서 처음으로 3위 입상하고, 장수 어르신체육대회에서 우승했다”며 “그렇게 실력이 알려지니 황 군수님이 알게 돼서 나만 보면 ‘제기의 명수가 왔다’고 하며 좋아하셨다. 300개까지 기록을 냈는데 나이에 비해서 도에서도 그렇게 차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고 자랑했다.

최고의 취미, 연예인 사인받고 ‘사진’ 찍기

김 어르신에게는 취미가 또 하나 있다. 연예인, 정치인, 교수 등 유명인들의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 다른 어떤 취미보다도 사진을 찍는 것이 가장 즐겁단다.
김 어르신은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이 나이에 ‘저 양반이 모자란갑다’ 그럴지도 모르는데 손녀딸 같은 연예인들하고 전부 사인 받고 사진 찍고 그런 취미를 갖고 있다”며 수북이 쌓인 앨범을 펼쳐보였다.
앨범에는 문재인 대통령, 정동영 국회의원 등 전ㆍ현직 정치인은 물론 아나운서, 방송인, 무명 가수와 유명한 트로트 가수까지 다양한 연예인들의 사인과 사진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가운데 어르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는 익산출신의 트로트 가수 김용님 씨라고. 김 어르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김용님 씨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군으로 공연을 왔는데 그때는 사진 찍을 줄도 모르고 사인만 받으려고 했을 때다. 조항조 씨에게도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바쁘다고 차타고 씽 가버리더라”며 “김용님 씨에게 사인을 받고 싶어 ‘순창에 온 기념으로 멋진 사인 한 장 부탁합시다’ 그랬더니 매니저가 지금 바쁘니 다음에 해드린다며 김용님 씨 손을 붙잡고 차로 가서 문을 탁 닫아버리더라. 서운하고 섭섭해서 차 떠나는 걸 보고 있는데 차가 내 앞에 멈춰 문을 내리더니 김용님 씨가 ‘아까 사인 부탁하셨죠’하면서 사인을 줬다. 보니까 사인 용지가 없어 군에서 순서표 나눠준 인쇄물 뒷면에 사인을 해주고 갔다. ‘저렇게 속이 깊으니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에 읍사무소에 어르신위안잔치 때 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돈 보다 건강한 취미…힘 있는 한 계속할 생각

“돈이 많은 사람은 돈에 욕심을 갖고 그런 재미로 사는 것 같다. 돈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지만 돈에 욕심을 가지면 즐겁지를 못하다. 돈은 자기가 노력해서 능력 있으면 버는 것이고 능력 없으면 못 버는 것이다. 그 대신 못된 짓 안하고 잘못된 짓 안하고 내 능력껏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살면 만족한다”며 “힘이 있는 한 (취미생활)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나름대로 즐겁게 살자는 얘기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서 피곤한줄 모르고 운동도 되고 건강유지가 된다”고 웃어보였다.
대담 내내 웃음이 떠나시지 않던 김 어르신을 보며 “즐기는 자에게는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김 어르신이 오래도록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건강하게 사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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