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푸릇푸릇 한빛고 열혈 학생들의 두지골 농촌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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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푸릇푸릇 한빛고 열혈 학생들의 두지골 농촌활동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06.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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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 두지마을 이장

“한빛고 농활대원 여러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두지마을 일동-”
우리 마을에 농활이 시작되었다. 이번이 다섯째 해다. 인솔교사 두 분을 합쳐 서른 네 명이 방문했다. 대학생들 농활이야 30년 전 경희대 학생들의 마을 방문부터 이골이 났지만, 고등학생들이 농촌활동을 온다 하니 걱정이 앞섰다. 농촌활동의 본뜻을 차치하고라도, 혹여 마을에 피해를 주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삼십년 전 농활에서는 대학생이 농민들에게 의식화교육을 시키지나 않나 해서 군청(면사무소)과 경찰에서 꽤나 관심 기울였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농민회를 조직하고 농민대회를 성사하는데 이 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대학생들이 농활을 다녀 간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아무래도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취업난이 극심해지다보니 20대 젊은이들의 사회참여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고등학생들의 농활이라니, 걱정과 함께 신선한 경험이라 여겼다.
가정과 학교로부터 보호만 받던 아이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식사준비를 하고 분주히 근로활동을 나서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안쓰럽다. 이런 연유로 농활 첫 하루 이틀은 동네 주민들이 아이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아 난감하기도 했다. 당신 손자 손녀 같은 곱디고운 아이들에게 어찌 뙤약볕 이글거리는 논밭으로 내모냐고 말씀하신다.
손발은 서툴러도 일할 때는 제법 진지하다. 교사 몰래 마을 주민들이 건네는 막걸리 한 사발도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근로활동을 마치면 밤에 하루 일과를 평가하는데, 동료들에게 칭찬릴레이를 하는 모습은 참 근사해보였다. “점심을 먹고 모두 등을 바닥에 대고 뻗어 있을 때 당번도 아닌데 상을 닦고 식사 자리를 치우는 00을 칭찬합니다!” “밭 주인할머니가 내어주신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먹고 있는데 00이는 머리가 띵하도록 후딱 먹어치우고, 뒷정리를 하는 주인 할머니를 따라 가 얘길 건네며 도와드린 00이를 칭찬하고 싶어요” 다들 지치고 힘든 순간순간에도, 주변 친구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놓지 않는 이러한 모습은 공동체 삶에 제법 익숙한 듯 대견해보였다.
3박4일 일정의 마지막 날 밤엔 아이들이 손수 음식을 장만하여 주민들을 초대했다. 마을잔치엔 음식 나누는 것 외에도 재롱과 장기를 겸비한 아이들의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익숙지 않을 트로트 메들리를 우스꽝스럽게 선보이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마을주민들의 참여와 관심도 높아졌다. 시골마을에 언제 아이들의 웃음과 활기로 가득 차보겠는가.
농촌활동은 봉사활동이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누차 강조한다. 학생이 농민에게, 농민이 학생에게 시혜 베풀 듯 하는 일방적인 형식이 아닌, 서로 공감하고 서로를 북돋고 농업과 농민, 농촌의 문제를 사회적 틀 속에서 함께 모색해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허나 어디 ‘연대’라는 삶의 유대가 말로써 인식되고 작동될 것인가. 땅의 소중함, 노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발견, 그리고 농업에 대한 관심은 아이들이 논에 빠져보고, 모판을 건네며 농민들과 눈을 맞추며, 고된 노동 이후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의 텁텁한 맛 속에서 비로소 깨닫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개시되면서 쌀 개방 반대 데모를 갔던 90년대만 하더라도 서울 시민들이 농민들에게 보내는 연대와 지지는 대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서울 농민대회 행진과정에서 생기는 시민과 농민 사이의 자잘한 실랑이는 농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누구의 탓이랴. 농업농민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님을, 소비자나 도시민들에게 알리고 나누려 한 농민들의 노력이 얼마나 넓었던가 생각해보면 궁색하기만 하다. 우리 농민들이 젊은 세대의 고충과 고민, 그리고 도시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고단한 삶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연대할 때만이 농업의 문제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농활 해단식을 하며 한 학생이 남긴 감상평이 인상적이다. “먼 훗날 어른으로서 살아가며 힘들고 어려울 때, 두지마을에서 보낸 3박4일의 짧은 추억이 가슴 한편에서 살아나,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이처럼 그런 기대와 희망으로 나도 역시 농촌활동을 왔던 이곳에 정착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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