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 많고 비에 취약하지만 열매 많고 시장성 높아
체리 시범포 역할 수행…5월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
수입에 의존해온 체리가 국내에서도 재배에 성공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체리를 재배하는 농가의 집단화가 이루어졌고 순창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빨갛다 못해 검정빛이 도는 수입 체리와 달리 국산체리는 선홍빛에 가깝고 일부는 희다.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체리는 맛과 색이 좋아 꽤 비싼 값을 치러야 먹을 수 있었다. 체리의 국산화가 중요한 이유는 식품안정성과 연관이 있다. 체리의 저장기간은 상온에서 3~4일 정도로 매우 짧은 편이다. 배편이던 항공편이던 외국에서 생산된 체리가 신선도를 유지한 채 국내 매장에 진열되려면 저장기간을 늘리는 방부제를 사용해야 한다. 국산 체리는 이 점에서 수입 체리보다 월등히 유리하다.
김달수(60ㆍ순창읍 복실) 씨는 군내에서 가장 오래된 체리 재배농민으로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이제 기지개를 펴는 중이다. 김 씨가 체리를 접한 것은 지난 2010년경이다. 당시 농촌지도사로 근무하던 배현진 씨가 국산 체리의 가능성을 보고 김 씨에게 권해 시범사업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체리는 지금까지도 경주와 중부지방 일부에서 재배될 뿐 대규모 재배지역이 별로 없다. 재배 3년차부터 열매를 맺은 김 씨의 체리나무는 4년차부터 시장에 내도 될 정도로 수확량이 많아졌다.
그는 “수확한 체리를 광주 청과시장에 가져가니 경매사와 중도매인 모두 뭔지 몰랐다. 경매사가 맛을 보고 괜찮다고 평가해 그 뒤로 취급하게 됐다. 지금은 직거래도 한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많은 시행착오에 부딪친다. 자칫 농사를 망칠 위험도가 보급사업보다 높기 때문에 군에서는 70~90% 이상 굉장히 높은 비율로 사업비를 보조하고 있다.
김 씨는 멜론을 재배하다 연작장해를 입고 체리를 심었다. 그런데 체리나무의 수세가 워낙 세 비닐하우스 천정을 뚫을 기세다. 그는 사다리 없이는 따기 힘들 정도로 커진 나무를 보며 수형관리의 중요성을 알았다. 김 씨는 “벌이 있어야 수정이 되는데 봄철에 벌이 없어 혼났다. 꽃에 피는 곰팡이병을 잡아야만 열매가 생기고 깍지벌레와 유리나방 피해가 만만치 않아 몇 나무는 죽었다. 순창이 타 지역보다 일교차가 커서 당도는 좋다. 그런데 서리피해가 있고 체리는 비를 맞으면 과가 약해져 하우스 재배나 최소 비가림 시설을 해야만 한다. 전국적으로는 음성과 평택, 경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순창은 음성, 평택보다 위도가 낮으니 서리피해가 있어도 그곳보다는 낫지 않겠나. 지금 크는 체리는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라 동양인 입맛에 더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명훈 농업기술과 지도기획담당자는 “올해 체리 묘목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앞으로 2~3년 뒤에는 체리가 시장에 많이 나온다는 얘기다. 순창은 김 씨가 있어 이제 막 시작하는 농민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귀농인 등 체리 기술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비롯해 다양한 관리요령을 알려줄 계획이다. 순창체리가 시장을 주름잡을 날이 머지않았다.
김 씨는 “잘 됐을 때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올해는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체리는 상당히 까다롭다. 올해는 수확량이 많이 줄 것 같다”며 체리를 시작하려는 농가에 주의를 당부했다.
김달수ㆍ양선순 부부는 지난달 농협중앙회에서 “농업경영인 순창읍지회장으로서 지역내 젊은 후계자들의 화합과 협동에 기여하였고, 순창에서 체리 작목을 최초로 도입해 시범포 역할을 수행하는 등 신규작목 개발에 기여”해 ‘이달의 새농민상’을 수상한 선도 농업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