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 나를 알아 준 친구
상태바
관포지교/ 나를 알아 준 친구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6.15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롱 관 管 절인 물고기 포 鮑 갈 지 之 사귈 교 交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5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어느 한 부자에게 한 아들이 있었는데 돈을 물 쓰듯이 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물었다. “아들아, 네 친구들이 많은 것을 알겠는데 진정한 친구는 몇이나 되느냐?” “제가 만나는 수백 명 친구 중에 저를 위해 목숨을 같이 할 친구는 수십 명 정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지 시험해보자꾸나.” 이튿날 밤, 아버지가 작은 돼지를 잡아 피를 흘린 채 가마니에 넣어 지게에 지고 아들 뒤를 따랐다. 첫 번째 집에 이르러 친구를 불렀다. “어이 친구 갑돌이. 내가 여차여차해서 사람을 죽였네. 나와 함께 사람들 안 보는 산에 묻어 버리려 하는데 나 좀 도와주게. 삽 좀 갖고 나와 같이 가서 묻어주면 안되겠나?” “뭐? 사람을 죽였다고! 아이고 미안하네, 지금 나갈 수 없네. 집에 손님이 와서…” 두 번째 친구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 친구는 오히려 이곳에 왔다 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중에 자신도 살인사건에 연루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친구 집에서는 아예 문전 박대를 받았다. 돌아가는 길에 포졸이 그들을 잡으러 왔다. 그 친구가 고발한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지게를 지게하고 그의 친구 집으로 향했다. “여보게 친구, 내 아들이 여차여차해서 사람을 죽였는데 어찌하면 좋은가?” “이 사람아! 지금 이러고 있을 때인가? 서두르게, 우리 뒷산으로 가서 묻어야겠네.” 이 성어는 《사기》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온다. 친구란 상대를 알아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관중(管仲)은 젊었을 때 포숙(鮑叔)과 교유하였다. 포숙이 관중의 현명함을 알고 관중이 그를 속였어도 버리지 않고 이러니저러니 따지지 않았다. 제나라의 왕위 쟁탈전에서 둘이 섬기는 왕자가 달랐다. 결과적으로 포숙이 섬기는 소백이 이겨 환공(桓公)이 되었고 관중이 죽을 처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백은 경쟁자였던 관중을 적극적으로 천거하였다. “관중의 재능은 신보다 몇 갑절 낫습니다. 제 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관중을 기용하셔야 하옵니다.” 마침내 환공이 관중을 등용하여 제 나라의 국정을 담당하게 하였다. 이 때문에 환공은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하여 천하를 일광(一匡)한 것은 실은 관중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다. 관중이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포숙과 같이 장사를 하였는데 이익금을 나에게 더 주었다.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 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업에 실패했을 때 어리석다고 비웃지 않았다. 시운(時運)에 이(利)와 불리(不利)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가 벼슬길에 나가 임금에게 세 번이나 쫓겨났지만 나를 무능하다 하지 않았다. 내개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 날 내가 세 번 싸웠으나 모두 패하여 도망쳤건만 포숙은 나를 비겁하다 하지 않았다. 나에게 노모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왕위 싸움에서 졌을 때 친구 소홀(召忽)은 자결하였고 나는 붙잡혀 욕된 몸이 되었지만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작은 일을 부끄러워하는 것 보다 천하에 공명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자는 포숙이다.” 포숙은 관중의 아랫자리에서 경의를 표하고 자손대대로 봉록을 받고 봉읍을 영유하기 10여 대(代) 명대부(明大夫)로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찬하기보다 오히려 포숙이 사람을 알아보는 총명함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위 이야기를 보면 ‘나의 처지를 도와 준 자’ 와 ‘나를 알아준 자’ 가 바로 친구임을 알 수 있다. 과연 나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던가? 내가 관중이라면 ‘내가 알아준’ 포숙과 같은 친구는 누구일까? H는 어릴 적 방학이 되면 우리 집에 와서 자주 점심을 먹었다. 남들은 그의 집안이 가난하다고 업신여겼지만 나는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그의 가난이 그의 잘못이 아니고 그때는 모두들 가난했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이해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협심이 많아 약한 자를 괴롭히는 놈을 혼내주었다. 특히 나를 괴롭히는 애가 있으면 늘 앞장 서 막아줘 난 그를 고맙게 생각하며 좋아하였다. Y가 중학교만 졸업하고 일찍이 서울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그의 학력이 낮다하였지만 난 그와 자주 만나고 또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다. 난 그가 서울로 올라온 것은 그저 그렇게 공부하느니 확실한 기술을 배우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았다. 또 평소 부모에게 효도하고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알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에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다. B는 완력도 있고 배짱도 있는 친구다. 나와는 성격이 정반대이지만 난 그를 좋아한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딴 세상 사람인 듯하다. 남들은 과장되고 허풍이 세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 그의 직업과 생활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이해하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앞장서는 사람이 되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격려하며 하며 친구로 지낸다. A는 남의 일에 잘 나서며 잘 챙겨주는 친구다. 사람들은 그의 넘치는 행동을 보고 오해를 하기도 하지만 난 그가 학창시절 간부를 맡았기 때문에 동창들에 대한 우정이 넘치고 어떤 문제든 풀어주려는 의욕이 앞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를 한다. 그의 살아가는 노력과 열정에 늘 감탄한다. J가 학창시절 나라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보수적인 생각을 말한다. 진보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를 비난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의 생각이 건전한 바탕위에 나온 것이라 여겨 이해한다. 늘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도전하고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부러운 마음을 갖는다. S는 조용하다. 어떤 자리에서든 말을 잘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한다. 사실로 보면 그의 말에는 사리가 있고 현실적이다. 내 눈에 그는 잘난 체 있는 체 하는 하는 자를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그가 나는 좋게 생각한다. 그는 아내에게 충실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동생들을 잘 챙기는 모범가장이다. 나에겐 이처럼 다양한 포숙의 모습을 한 친구들이 있다. 타고난 성격과 생각이 다르고 사는 곳과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난 이런 저런 이유로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주며 친구로 생각하고 지낸다. 하지만 사실 그들이 나를 보고 어떤 관중으로 또 포숙으로 보고 있는지는 모른다. 여러분은 과연 어떤 친구들이 있는가? 어떤 관중의 모습인가? 어떤 포숙인가?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