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리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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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리산 산행기
  • 김상우 독자
  • 승인 2017.07.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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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전) 순창군청 과장

6월 14일 수요일. 오늘은 내가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을 종주 하는 날이다. 아침 6시 30분 우리 일행(3명)은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기념촬영 후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성삼재에서 40분 정도 오르니 노고단이다. 노고단에서는 지리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저 멀리 천왕봉이 보인다. 아름답고 장엄하다. 지리산 종주는 늘 꿈이었고 인내의 수련을 하고픈 산이었다. 조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 첩첩이 쌓인 준봉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도착하니 경남, 전남, 전북 삼도를 경계하는 삼도봉이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지리산은 마치 망망대해에 우뚝 선 모습이다. 삼도봉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화개재 방향으로 출발했다. 삼도봉에서 화개재 가는 길은 급경사다. 250미터 정도, 수백 나무 계단을 내려가니 무릎이 아프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이제야 두릅 순이 올라오고 철쭉꽃도 피어있다. 겹겹이 둘러있는 산, 몇 개를 넘으니 멀리 연하청 산장이 보인다. 20년 만에 다시 만난 연하천 산장. 무딘 세월이 흐르고 산장의 기억은 희미하다. 성삼재에서 아침 6시 30분 출발해서 연하천에 오후 4시 30분에 도착 했으니 10시간을 산행했다. 계획했던 대로 연하천 산장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연하천 산장에는 아주 적은 약수 물이 나오고 있어 밥을 짓기가 힘들다. 특히 물 부족에 환경문제로 치약이나 세제를 사용 못하여 불편이 크다. 노을에 잠긴 먼 산줄기를 바라보며 저녁을 준비했다.

6월 15일 목요일. 아침 식사를 끝내고 5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간밤에 잠도 깊게 못 이루고 피로가 누적되어 몸은 천근만근이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는 흙을 밟지 못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발 딛는 곳이 전부 돌이라 발바닥이 아프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끙끙거리며 도착한 곳은 벽소령이다. 벽소령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2시간을 걸으니 선비샘이다. 물이 귀한 지리산 종주길에서 선비샘은 그야말로 생명수다. 속담에 선비가 되지못해 평생 절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촌노가 유언으로 자식에게 샘을 파서 지나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물을 뜨게 해 촌노에게 자동으로 절이 되도록 했다는 슬픈 전설이 어린 곳이다. 물을 보충하고 잠깐 쉬었다 다시 출발했다.
똑바로 걸어도 자꾸 절름발이가 된다. 오른쪽 무릎 통증 때문인가 보다. 어렵게 세석평전에 도착했다. 세석평전은 철쭉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소문대로 수십년, 수백년 된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하고 세석을 출발했다. 오를 때는 힘이 들고 내려 갈 때는 무릎에 충격이 온다. 진퇴양난이다. 지리산 종주 길가에는 엄청나게 많은 산죽(조릿대)이 있는데 특이하게 산죽 전부에 꽃이 피어있다. 어떤 사람은 산죽에 꽃이 피면 산죽이 생명을 다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고사한 산죽도 많이 볼 수 있다.
걷다보니 어느덧 장터목이다. 오후 3시다. 연하천에서 장터목까지 10시간을 걸었다. 진주시 중산리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하기 위해 장이 섰던 자리라서 장터목이라 부른다고 한다. 장을 보기위해 4~5시간을 걸어서 올라왔을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까 생각해본다. 장터목에서 일몰을 감상하고, 1박을 했다.

6월 16일 금요일. 새벽 2시에 기상해서 아침을 먹고, 3시에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장터목에서 천왕봉 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온몸에 한기가 돈다. 지금은 춥고 어둡지만 1시간 후면 찬란한 태양을 보게 된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때론 기고, 걷다보니 어느덧 천왕봉 정상이 보인다. 이윽고 정상에 오르니 해맞이 좋은 장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5시 15분, 드디어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봉 해맞이.
신비로운 조화 속에 떠오르는 해가 참으로 아름답다. 매일 해는 뜨고 지지만 천왕봉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뜨는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기념 촬영 후 6시에 하산을 시작했다. 법계사 방향으로 내려와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올해는 지리산이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 50주년 되는 특별한 해다. 그래서 지리산을 꼭 가고 싶었다. 평소 동행이 있건 없건, 내 생애 지리산 종주는 늘 꿈이었다.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나에게 소방관이 찾아왔다. 뜻밖에, 친구가 직장에서 정년을 하는 행운이(?) 생겼다. 이런저런 감언이설로 설득, 지리산 종주를 함께 실행하게 되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무르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지리산. 비록 2박 3일 짧은 산행이었지만 지혜를 한 소쿠리 가져온 것 같다. 천왕봉 정상에는 이런 표지석이 있다. 한국인의 기상 천왕봉에서 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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