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69) 삶은 영원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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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69) 삶은 영원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존재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7.07.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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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법정 지음「아름다운 마무리」

변덕쟁이 장마가 폭염에 지친 사람과 자연을 위로하는 계절이다.
모임과 행사가 휴일을 차지하면서 때때로 휴식의 질이 위협 받는다. 다행히 행사가 일찍 끝나서 자전거를 타기로 한 오후에는 운도 좋아 시원한 빗줄기가 한바탕 지나간 다음이었다.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적성 구남마을의 ‘섬진강 미술관’이었다. 젊어서는 한 때 건장한 농구선수였으나 지금은 자연을 무척 닮아버린 청년(?)이 거기에 있었다. 올해 89세이신 청바지 차림의 박남재 화백은 강물처럼 조용히 화폭에 물감을 담으며 아름다운 마무리에 열중이셨다.
‘삶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하는 질문은 세월이 흐를수록 잦아지기 마련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을회관이나 모정에서 모습을 감춰가고, 아버지는 어릴 적 기억의 할아버지보다 더 나이 들고, 핸드폰으로 찍은 우리 자신의 모습은 놀랍게도 과거의 아버지보다 나이 들어 보여서만이 아니다. 우리가 세월이 흘러 자연을 닮아갈수록 육신의 변화만이 아닌 정신의 문제가 삶의 본질로 점점 더 다가오기 때문이다.
생전의 법정스님은 책을 읽고, 채소밭을 가꾸며, 차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분이다. 요즘의 날씨는 열정이나 분노 같기도 하고, 결단과 회한의 눈물 같은 뜨겁고 거침없는 폭양과 장마의 계절이어서 마침 스님의 말씀은 두렵지 않을 만큼 천둥소리를 내며 가슴과 머리를 두드리곤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 것이었다. “내려놓음이고 비움이며,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의 실천”이었다. 그것이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며,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찾는 아름다운 마무리의 방법이었다. “삶은 순간순간의 ‘있음’이지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삶의 모든 것은 한 때의 연속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한 때인 지금의 순간을 받아들이고, 지금을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사는 것이다”는 것이다.
“일어날 것은 어차피 일어나게 마련이니 지금 삶을 제쳐두고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은 삶의 기술이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므로 “행복과 불행도 그냥 받아들이며 순간순간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고 책은 말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녹슬지 않는 삶을 살기위해서는 좋은 책을 읽어서 부디 영혼의 불을 밝히라고 말한다. 특히 젊은이에게는 “한창 때 이러면 노년기에는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경계로 정진을 독려한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모든 일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남에게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지는데 있다고 한다. 또 삶을 일찍 배우듯 “죽음도 미리 배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은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기 때문이다. “살만큼 살다가 명이 다해가게 되면 평소 살던 집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지 인위적인 연명의 삶에 대해서는 스님은 반대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결국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므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삶을 사는 동안 그때그때 마침표를 잘 찍어가는 것도 아름다운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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