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틴ㆍ젤라틴 활용…살균 뛰어나 당도 높아
귀농 15년차 … “복숭아 만큼은 앞서고 싶어”
지난 1일, 읍내 일품공원에서 열린 촌시장에서 유난히 잘 팔리는 과일이 있었다. 비 맞은 과일은 맛이 없다는 통설을 부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장마철에 나온 과일 구매를 기피하는데 이날 모습은 의외였다. 복숭아 맛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지갑을 열었고 그 소문이 기자에게 들려왔다. 그 주인공은 애초 팔려고 심은 것이 아닌 자두와 새로운 농법으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아미산농원을 운영하는 김종운(66ㆍ금과 내동)ㆍ윤인자(63) 부부다. 금과면 아미산 자락에서 15년째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김 씨 부부는 도시에서 살다 우연한 기회로 순창에 정착했다. 농사경력이 15년이니 이제는 귀농인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인 김 씨는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는데 광주에서 40년가량 살았으니 광주가 고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덤프트럭 운전을 10년 했는데 벌이가 넉넉하지 않아 과일 장사를 했다. 과일 장사를 하면서 복숭아에 매력을 느껴 푹 빠져있던 때, 우연히 생활정보지에 지금 농장이 매물로 나온 걸 봤다. 어린 복숭아나무가 심어진 땅을 가을에 사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 부부는 농장을 구입하고 3년 동안은 광주에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다가 복숭아를 수확하기 시작하면서 금과 농원에 정착했다. 아미산농원은 금과전원마을 바로 옆에 위치해 금과면 소재지가 한 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김 씨는 “지금은 나무가 커서 가리는데 나무가 어릴 때에는 전망이 아주 좋아 부인과 한참을 구경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복숭아 농사는 생각보다 할 일이 굉장히 많았다. 부부는 자신에게 농장을 판 농민으로부터 복숭아 재배기술을 전수받았다. 흔히 겨울을 농한기라고 하지만 부부에게 겨울은 아주 중요한 시기다. 김 씨는 “겨울 방재가 복숭아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황합제나 기계부유제, 석회보르도액 등 방재를 철저히 해야 병충해의 절반은 잡는다. 갈색날개매미충도 겨울방재를 잘 해야 부화하지 않는다. 산에서 부화한 매미충이 날아와 피해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겨울에 5000평 규모 농장의 과일나무 전지작업을 하니 부부는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는 10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종은 경봉이다. 김 씨는 “지금 나오는 품종은 가나암으로 당도는 좋은데 물러서 비품도 많다. 경봉은 단단하고 맛이 좋아 호남사람들은 최고로 쳐준다. 비품도 없어서 못 팔정도다. 그 뒤로 나오는 게 황도다. 품종별로 수확시기가 달라 우리는 6월20일부터 9월10일까지 석 달 동안을 수확기로 지낸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우수관리제(GAP) 인증을 받은 부부의 복숭아는 선별을 거쳐 요즘 남원 산지유통센터(APC)로 집중 출하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광주에 냈지만 장마철에 시세가 뚝 떨어져 조금 더 값을 쳐주는 곳으로 간다. 복숭아는 수박과 함께 피서철 특수를 누리는 대표작목 중 하나다. 이곳 복숭아 생산량은 연 1만 상자(2.5kg 규격) 이상이어서 상자당 1000원 차이면 1000만원 이상의 큰 차이를 낳는다. 김 씨는 작년보다 30%이상 값이 떨어졌다며 아쉬워했다.
부부가 자두 재배를 시작한 이유는 복숭아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조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복숭아 대신 자두를 먹으라고 한 것이다. 아미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방풍림 역할을 하기에도 자두나무는 괜찮았다. 의도는 좋았는데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는 부부도 반신반의한다. 그런데 이 자두가 사람들한테 인기를 얻어 최근까지 잘 나갔다고 한다. 그렇지만 부부의 관심은 온통 복숭아에 집중돼있다.
김 씨는 요즘 자신에게 밭을 팔고 복숭아 농사를 가르쳐준 전 농장주와 재배기술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한편 복숭아농사를 갓 시작한 농민들에게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귀농 대선배인 그는 “귀농하면 지역 주민과의 유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조금만 양보하면 다 어우러지고, 배우면서 조금만 베풀면 융합될 수 있다”며 초기 귀농인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복숭아만큼은 군내 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김 씨는 금과 복숭아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금과 복숭아가 광주에 가면 1등 시세를 받는다. 화순이 물량은 많아도 맛과 품질은 금과가 더 좋다. 지역에서 나는 맛좋은 복숭아를 군민들이 많이 소비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가 정성껏 수확한 복숭아는 장마에도 불구하고 맛이 좋아 선물용으로도 제격이었다. 금과면(金果面)이 왜 금과면인지 상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