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지죄/ 사랑이 식으니 죄가 되어
상태바
여도지죄/ 사랑이 식으니 죄가 되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7.19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을 여 餘 복숭아 도 桃 갈지 之 허물 죄 罪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57

보시라이(薄熙來)는 2012년 2월 당시 중국 충칭시 당 서기였다. 혁명원로 보이보(薄一波)의 차남으로 승승장구하여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의 심복인 왕리쥔(王立軍)이 미국 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면서 그의 스캔들이 시작되었다. 2011년 보시라이의 집안과 친분이 있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죽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공안국장 왕리쥔이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개입된 사실을 보시라이에게 보고하였으나, 직권해제를 당하여 미국 총영사관에 망명신청을 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보시라이가 뇌물수수 혐의와 직권을 사용해 아내의 살인을 덮으려 했다며 죄를 물었다. 결국 구카이라이는 독살혐의로 기소되어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은 보시라이의 공직과 당적을 박탈했으며 법원은 무기징역의 판결을 내렸다. 왕리쥔도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당 정치국원(25명 당 지도자)이며 충칭시 서기였던 보시라이는 그간 혁명가요곡 캠페인을 진행하여 원로들의 신임을 얻었으나 외면을 당하였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조직폭력단을 소탕해 부하들의 추앙과 지역민들의 지지받았으나 그의 무망(無望)함을 보고 모두 떠났으며, 또 측근 중 일부가 그의 비리를 고발하는 바람에 다른 비리와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니 영어(囹圄)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7명 당 지도자)에 진입하려던 그의 야심찬 꿈은 일찌감치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보시라이는 필자가 90년대 후반 주중대사관 근무시절 베이징에서 열린 <농업박람회>에서 반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던 대련시 시장이었다.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그만 낙마를 하여 나락으로 떨어지니 개인적으로 실망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옛날 미자하(彌子瑕)라는 사나이가 위(衛)나라의 임금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법률로는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월죄(刖罪, 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하게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고 미자하는 감히 왕의 수레를 타고 궁문을 나왔다. 임금은 나중에 이 말을 듣고 그에게 현명하다고 칭찬했다.
“얼마나 효성스러운 일인가. 아무리 어머니의 병환이라고는 하지만 월죄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또 어느 때 미자하는 과수원에서 임금과 놀았다. 미자하가 복숭아를 한입 베어 먹으니 그 맛이 매우 좋아서 임금에게 먹던 것을 바쳤다.
“얼마나 애정이 깊은 것인가. 자기가 입을 대었다는 사실까지 잊고 짐을 위해 주었으니.”
그러나 미자하가 늙고 임금의 사랑도 금이 간 다음 어떤 일로 임금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임금이 말했다.
“미자하는 지난 날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으며, 또 일찍이 제가 먹던 것을 나에게 주어서 먹게 했다. 괘씸한 녀석이다.”
미자하의 행위는 처음이나 나중이나 변함이 있을 수 없건만, 처음에는 현명하다는 말을 들었고, 나중에는 죄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은 애증(愛憎)이 격변했기 때문이다. 총애를 받을 때는 친해지지만 미움을 받을 때는 오히려 죄가 되어 소원해지는 것이다.
이 성어는《사기》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 세난(說難)편에 나온다. 미자하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먹였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애증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것이다. 내가 오늘 한 행동이 오늘은 칭찬을 받지만 나중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랑 받고 사랑 할 때는 그 잣대가 한 없이 넓다가 사랑이 식었을 때는 한없이 좁아져 미움으로 변하는 세상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표를 찍어 줬으나 시간이 지나니 얼토당토않은 일을 벌이고 또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니 사람들이 속았다며 후회하고 미워한다. 수십 년 동안 이런 일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그놈이 그놈이다.’는 자괴감만 들뿐이다. 아! 우리는 언제쯤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따르고 지원해줄만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인내를 갖고 다음을 기대하고 기약해보자.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