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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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을 이야기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7.07.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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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풍산두지마을 이장

최순복 아짐은 몇 년 전 허리수술을 한 후 마을 젊은이에게 고추 심던 밭마저 맡긴 터라, 두 필지 논도 직접 짓기엔 힘겹다. 다행히 순창농협에서 육묘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놉 얻어 못자리 할 일을 덜었으니 다행이다. 모내기 당일에 모판도 농협 직원이 본답까지 배달해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직장 다니는 막내 아들네가 주말에만 시간이 나니 모내는 날짜 잡는 게 쉽지 않다. 때마침 마을에 한빛고 학생들이 농활을 왔다하니 일손은 해결되었다. 아들네한테는 오지 말라 할 참이다.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젊은 새댁 미심씨. 오늘은 귀가하자마자 아이들 저녁 챙겨주고 친목계모임을 위해 마을 두레방으로 향한다. 올겨울부터 젊은 새댁들(귀농귀촌인)과 동네 젊은 아짐들(60대 언니들)이 함께 하는 계모임 총무를 맡은지라, 간식거리도 챙겨야하고 마음이 급하다. 지난겨울 섬으로 놀러간 얘기며 이런저런 대화 도중에, 한 언니가 동네 쓰레기분리 수거장이 지저분하다며 젊은 네들도 신경 써서 쓰레기를 내놓으라는 말이 영 맘에 걸려 개운치 않게 돌아왔다. 서운한 맘이 가시질 않는다.
동네 젊은 사람들 권유로 몇 해 전부터 친환경방식으로 논농사를 짓고 있는 형갑 아재는 요즘 고민이 있다. 30년 전 가격으로 떨어진 시중 쌀값 때문에 친환경나락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말에 가을수매가 걱정이다. 덩달아 수매처인 남농영농조합에서 일부 논에 잡곡을 심으라는 권유에 물 빠짐이 좋지않은 논 사정까지 겹쳐 ‘대략난감’이다. 한살림 회원가입을 위해 여기저기 교육과 체험행사에 발품 파는 것도 이젠 나이 들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 모 할머니는 정기적으로 지급받는 쓰레기종량제봉투를 때마다 집에 들러 갖다 주는 젊은 이장이 고마운 모양이다. 이장의 속내는 독거노인들을 정례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인데 말이다. 몸을 의지해 끌고 다니는 보조 보행기에 커피믹스 한 박스를 싣고 와 두레방 마을회관에서 두고 쓰라며 건네신다. 생활비도 박한 사정임을 알면서도 고맙게 건네받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농촌마을엔 크고 작은 걱정과 문제를  안고 있다.
노인문제, 농업문제, 세대간 갈등, 본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과의 갈등,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문제 등등. 이는 모두 공동체에서 해결해내야 하는 숙제들이다.
15년 전쯤 일본으로 농업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마을 만들기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관세화를 통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개방농정을 추진했던 터라 우리보다 농업사정이 더 좋지 않을진대, 대체 망가져가는 농촌마을을 어떻게 회복해간다는 말인가 싶어, 다소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일본 농촌지역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 이후 한국에서도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실제로는 하향식 사업방식의 각종 마을사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작용과 폐해가 뒤따랐다. 마을별 불필요한 경쟁은 ‘국가 돈, 눈 먼 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마을사업 끝나면 남는 건 건물밖에 없다’라는 말이 나돌 때니까 말이다.
또한 가시적 성과를 짧은 기간에 확인할 수 있는 농촌(어메니티)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사연이, 정부가 더 이상 농업분야(식량안보와 안정적 영농)에서는 활로를 찾을 수도 없고 찾지도 않겠다는 자기 고백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농민들의 정서적 거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마을별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크고 작은 마을의 문제를 이제 주민들 스스로 해결해나가자는 문제의식이 예전보다 많이 생겨난 듯하다. 형식적이나마 25년 전에 지방자치가 회복되면서 마을단위 현장에서도 주민자치와 공동체가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소망하는 농촌마을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 두레 향약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을 극복해가는 태도와 전망으로서 새로운 유형의 공동체를 모색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담론의 답을 얻기 전에 마을에서부터, 주민들 속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 봐야할 듯 싶다. 마침 지난 20일 창립한, 순창군마을공동체협의회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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