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 ‘돌봄이’, 주민ㆍ파출소 직원의 특별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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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 ‘돌봄이’, 주민ㆍ파출소 직원의 특별한 동거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7.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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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게 짖던 개 … 주민 관심에 온순해져

▲사정마을 주민들이 백구를 챙겨준 지 7개월째, 그 사이 백구는 사람들과 정을 트고 새끼도 낳았다. 노유진 씨가 백구 새끼 한 마리의 눈꼽을 떼주고 있다.

어미 살린 어린 새끼들 … 새 주인도 생겨

사정마을 주민들과 남계파출소(남파) 직원들이 요즘 한 주택에서 키우던 개(백구, 하얀색 개)와 특별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방치되다시피 한 백구를 돌보던 사람들은 최근 백구가 새끼를 낳자 더 극진한 정성을 쏟고 있다.
사정마을 주민 5~6명은 요즘 더운 날씨에 백구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게 일이다. 남계파출소 직원들도 먹이와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보고 보충해주곤 한다. 주변 정리를 하고 대변이 있으면 치워주며 주인 역할을 대신한 지가 벌써 7개월째다. 기자가 찾아갔던 날에도 백구가 사는 곳은 잘 정돈돼있었다.
남파 앞, 경천로에 인접한 한 주택 앞에서 살고 있는 백구는 몇 달 전 지병을 앓고 있던 주인을 잃었다. 주인의 자녀는 직업상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백구는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이웃들은 백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남파에서도 사료를 한 포대씩 가져와서 틈틈이 챙겨주며 보살폈다.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며 많이 짖던 백구는 수차례 먹을 것을 갖다 주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남파에서 근무하는 정병직 경위는 “몇년 전에 남파에 근무했을 때도 백구는 많이 짖었다. 작년에도 그렇게 짖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 먹이를 몇 번 챙겨주니까 알아보고 안 짖더라. 사람한테 마음을 여는 것이 보인다. 말 못하는 짐승도 밥 주는 사람은 알아본다”고 말했다.
백구는 열흘 전 즈음 새끼 8마리를 낳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강아지들이 안전하고 포근하게 지내라고 이불을 깔아줬는데 그 속에 들어가서 나오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뒤로 이불을 치웠다. 지금은 6마리가 열심히 어미젖을 물고 있다.
이 강아지들은 아직 눈은 못 떴지만 보통 강아지가 아니다. 정 경위는 “새 주인이 일 다니느라 백구를 돌볼 상황이 못 되고, 누가 나서서 키우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군청에 유기견 등록 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와서 보더니 눈도 못 뜬 새끼를 키우는 개를 어떻게 데려가겠냐고, 강아지가 다 크거든 연락 달라고 해서 등록이 안 됐다. 그러니까 이 강아지들이 어미를 살린 셈”이라며 웃었다. 유기견 보호소로 데려가면 한 달 가량의 보호기간 동안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 된다. 족보 없고 몸집 크고 생긴 것까지 평범한 ‘잡종견’ 백구가 보호소에서 새 식구를 맞는 일은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다.
보호소 행을 면한 백구는 마침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이웃이 생겼다. 원래 주인과 한 건물에 살던 노유진(43ㆍ순창읍 남계) 씨는 1월부터 지금까지 항상 백구를 살펴온 주인이나 다름없다. 노 씨는 백구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백구를 위해 청소와 먹이 주는 일을 계속 해왔다. 그의 남편은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라며 나무덮개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만 노 씨는 언제 어디로 이사를 갈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그는 “마음은 백구를 계속 키우고 싶다. 금과에 살 때는 아이들도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을 만큼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백구도 아낀다. 백구를 키울 수 있다면 가족들의 반대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듣던 정 경위도 노 씨가 이곳에서 계속 살며 새 주인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계파출소에 근무하는 정병직 경위가 백구와 백구 새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백구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백구는 자신에게 사랑을 베푼 이웃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낯선 사람에게는 여전히 짖는 백구는 정 경위나 노 씨를 보고 꼬리를 흔들고, 눈도 못 뜬 새끼들을 만지는 데도 경계하지 않았다.
백구에게는 슬픈 얘기지만 강아지들은 한 달 뒤부터는 새 주인을 찾아가야 한다. 노 씨와 파출소를 비롯해 사정마을 주민들이 합심해서 키운다고 해도 여섯 마리 남매를 한 곳에서 기르기는 부담스럽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밥 주는 것 외에도 강아지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생겼다. 어미를 살린 강아지들이니 곧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믿어본다. 
사랑을 듬뿍 받은 백구는 더워서 힘들어 보이긴 해도 아주 평온한 모습이었다. 백구에게 새 식구가 되어준 사정마을 주민들과 남파 직원들의 모습은 이 지역이 인심 좋고 정 많은 동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백구와 사정마을 주민들의 특별한 동거 소식을 제보한 한 주민은 “방치된 동물에게도 관심을 보여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들이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백구가 새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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