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흥 이홍진·최귀순 부부, “마음이 부자야 진짜 부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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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흥 이홍진·최귀순 부부, “마음이 부자야 진짜 부자 아닌가요?”
  • 김민성 편집국장
  • 승인 2011.02.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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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에서 만난 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

참 아름답게 사는 어느 부부의 묵은 김치 맛이 기가 막힐 정도라는 말을 듣고 찾아간 복흥 답동 사창마을의 이홍진(48)ㆍ최귀순(43) 부부. 이씨는 교통사로로 두 팔을 잃어 부인 최씨가 두 팔을 대신한다. 이들 부부는 묵은 김치같은 깊은 맛이 있었고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게 했다. 인터뷰는 묵은 김치와 어느 친구가 사온 굴찜 안주에 소주잔을 오가며 취중인터뷰로 진행됐다. ‘마음이 부자야 진짜 부자’라는 말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워줬다. 이홍진ㆍ최귀순 부부의 일상을 들어보았다.

- 남녀 간에는 항상 만남이 궁금한데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 1987년인 것 같은데 그해 추석에 집사람 사촌오빠 초대로 진안을 가게 돼 그곳에서 집 사람을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집 사람도 명절이라 집을 방문했는데 참 착하게 생겼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철이 덜든 것 같은 이 사람을 보면서 이 사람과 결혼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5∼6개월 연락하다가 함께 살림을 차렸습니다.

- 부인께서도 마음에 드셨나요?
△ (쑥스럽게) 네, 첫 인상이 인물이 아주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살아보니 그 판단이 옳은 것 같고 지금도 변함은 없습니다.

- 남편께서는 두 팔을 잃으셨군요. 언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 군산에서 오토바이 가게를 하며 집 사람하고 함께 생활한지 4∼5년이 지난 때였습니다. 아버지 제사를 치르려고 복흥에 와서 친구를 만나 술 한 잔을 했습니다. 친구가 집까지 바래다준다는 말에 저도 판단력을 잃고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음주운전이었지요. 병원에서 눈을 떠보니 두 팔이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5층 병실에서 한 달 정도 있었는데 몇 번을 뛰어내릴까 생각했습니다.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 부인도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때 큰 아이가 4살이었고 둘째가 백일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셋째가 뱃속에 있었습니다. 할 수없이 셋째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마음 졸이고 마음 아팠던 것이 시간이 흐르니 묘하게도 가라앉더군요.

- 남편께서는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있을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그렇습니다. 두 팔을 잃은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집에만 있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친한 친구 같은 경우는 얘기도 하고 서로 술 한 잔도 나누지만 새로운 만남은 제가 꺼립니다.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가끔씩은 속이 터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내 운명인가라는 생각에 집사람에게 짜증도 부리지요.

- 그럼 부인께서 두 팔을 대신해주겠군요.
△ 그렇습니다. 화장실부터 밥 먹는 것, 목욕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대신해줍니다. 1992년 사고가 났으니 18년째입니다. 크고 작은 농사일을 직접 도와줄 수가 없으니 집사람이 애들하고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사람도 건강이 좋지 않아 3번의 허리수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웃음 잃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와준 부인을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고 내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동네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자녀들 칭찬이 자자하던데.
△ 그래요, 자식은 제대로 키운 것 같습니다. 애들이 어린나이에 제가 이렇게 되다보니 아이들이 엄마를 도와야했습니다. 학원 한번 갈수가 없었고 친구들하고 어울리며 놀 때 엄마 일을 거들며 지내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찍 철이 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바르고 동네 분들도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생각하면 참 미안합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제는 컸다고 조금씩 꾀를 부리네요(웃음).

- 부인께서 감내해야할 부담이 너무나도 컸을 것 같은데 남편 생각하면 밉지요?
△ (웃으며)아니요, 전혀 그런 거 없습니다. 제가 남편을 좋아해서 결혼했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어요. 남편이 활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해서 그렇지 속상한 거 하나도 없어요. 애들도 잘 커서 고맙고 특별히 바라는 거나 불만 없어요.

- 부부싸움 안하세요?
△ 부부싸움요? 할 건 하죠. 부부싸움 안하는 부부도 있나요? 부부싸움이 시작될 것 같으면 저는 밭으로 피해버려요. 남편이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사고 후에 활동을 넓게 안해서 그런지 성격이 좀 변한 부분이 있어요. 이제 남편이 외부 활동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 장애인으로 살면서 부탁이나 소원이 있을 것 같은데.
△ 음주운전 하지 마시구요. 개인적으로 정말 바라는 것은 전자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전자의수가 하나 있으면 원이 없겠어요. 이 전자의수는 개당 1500만원 가까이 되는 고가로 지원되는 금액은 한쪽당 80만원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꾸지요. 앞으로 지원이 돼서 이런 것을 좀 더 부담 없이 하나 구입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이것만 있으면 집사람의 도움을 많이 줄일 수가 있어 집사람이 좀 더 자유로워질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부인께서 계획이나 꿈을 말씀해주시죠.
△ 특별한 거 없어요. 아이들도 잘 컸고 재미있게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어요. 군에 가 있는 아들 군대 생활 잘하고 현재 전북대 순창분원에 다니는 딸도 졸업하고 원하는 곳에 취직했으면 하는 거죠. 남편에게는 아까도 말했듯이 전자의수를 착용해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어디가도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이 제일 큰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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