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마사코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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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마사코의 질문」
  • 유현정 회원
  • 승인 2017.08.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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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자 지음

잊으면 또 다른 바보들이 될 거야

우리나라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 35년 동안이나 일본의 지배아래 있었다. 나의 둘째 아이가 지금 내 나이가 될 만큼이나 오랜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의 할머니와 엄마를 통해 들었던 이야기들은 저 멀리 다른 세상의 일들인 것처럼 기억하던 나는 책을 읽고, 다시 읽을 때마다 분노하게 되고 아파했다.
그저 교훈을 주는 한 편의 동화라고 생각하고 책을 폈던 나는 나의 짧은 역사관을 부끄러이 여기게 되었다.
이 책 ‘마사코의 질문’에 나오는 이야기 안에는 35년 동안 우리가 잃은 것들이 나열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의 글과 말, 이름, 문화와 문학, 고향과 친구, 가족을 모두 빼앗겼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체 실험에 이용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일본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파리 목숨을 빼앗듯이 죽여서라도 가져가 버렸다. 일본 자국의 군인들을 위안하기 위해 딸 같은 아이들을 끌고 가서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을 다 꺾어버렸다.
그리고 일본이 피해자라고 이야기하는 할머니에게 마사코는 묻는다. “왜 일본이야? 일본은 얌전히 있는데 미국이 자기네들 맘대로 꼬마를 실험해 보려고 그랬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작의 아들’의 이야기에서 나온 것처럼 일본 사람들은 미개한 우리에게 큰 발전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식민사학자들은 식민지의 근대화를 주장하며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일본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그렇게 논리를 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일본이 이룩했다는 근대화의 내용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민지의 수탈을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발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아니 잘 모른다.
또 하나는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다. ‘잠들어라 새야’ 이야기를 읽으며 몇 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꽃 할머니’라는 표지가 예쁜 책을 빌렸던 기억이 났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빌렸지만 차마 읽어주지 못하고 다시 반납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포장되지 않는 진실이 있다. 내 아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할까?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할까가 나의 숙제가 되었다.
요즘 한참 한글을 읽기 시작한 둘째 아이가 간판이나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읽어보고 자꾸 질문을 한다. 읽을 수는 있으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주 묻는다. 큰 아이는 왜? 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거야?” “왜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 “왜 세월호를 바다 속에서 꺼내지 않아?” 가끔은 단어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한참을 생각해야 할 때가 있고, 큰 아이의 “왜?”라는 질문에는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나도 깊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내 아이들에게 올바른 우리말을 알려줄 수가 없다. 내가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왜” 라고 물어보는 그 질문들에 올바른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지 않고 살아온 대가로 지난 10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되풀이되는 끔찍한 역사를 살게 되었다. 다시 제대로 배우고,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쳐서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는 역사를 쓰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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