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기회도 걷어차는 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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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기회도 걷어차는 군청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7.08.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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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하고 탐색하라는 의미를 가진 제일고등학교 자율동아리 ‘탐탐’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군청 누리집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자신 또는 주민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불편한 점들에 대한 14개의 글을 게시했다.
이 글들에 대한 답변이 2주가 지나서야 달렸다. 답변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성의껏 작성한 답변 보다 지나치게 형식적인 답변이 눈에 띈다. 인도나 도로 관련 건의사항에 대해 담당부서에서는 ‘순창군정 발전에 관심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내용은 도로 관리청인 익산지방도국토관리청과 남원국도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는 도로로 건의 내용은 관리기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타 궁금하신 사항은 안전건설과 건설행정계(650-1823)로 전화주시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답변은 글 번호 572, 574, 575, 581, 585번의 글에 똑같이 달렸다. 처음에는 지레짐작으로 ‘복사, 붙여넣기 했나보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답변 첫 문장을 보면 ‘순창군정 발전에 관심을 관심을’이라는 오타가 있다. ‘그래서 비슷한 답변이 달린 글을 모두 살펴보니 짐작이 사실로 바뀌었다.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이다. ‘이것이 순창군청의 현실인가’라는 생각에 실소가 나왔다. 형식적인 답변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오타’까지 복사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14일 오전, 행정과 직원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일고 군수에게 바란다 기사에 인터뷰한 군 관계자가 누구시냐”고 물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과장님이 우리 과에서 답변한 거 아닌 것 같은데 누군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행정과는 ‘군수에게 바란다’를 관리하는 주무부서다. 지난 8일, 기자는 학생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각 부서를 돌아다니며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 글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물었다. 공통적인 답변으로 행정과 정보통신계에서 관련부서에 전달하면 관련부서에서 직접 답변을 달거나 답변을 행정과로 보내 게시한다고 했다.
8일까지 제일고 학생들의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은 주민복지실 ‘청소년 담배’ 관련 건의사항 단 1건 뿐이었다. 다른 부서는 모두 건의사항 자체를 모르는 상태로 확인됐다. 전화를 건 행정과 직원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담당직원이 휴가를 가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고 건의사항 기사는 군청의 늦은 답변을 비판하기보다 군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불편한 점을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건의한 것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더 자세한 답변을 듣고자 담당부서를 찾아다니며 취재했다. 행정과가 궁금해 하는 ‘군 관계자’의 답변처럼 “톡톡 튀는 좋은 내용”이었고, 기자로서 어른으로서 학생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행정과가 궁금해 하는 군 관계자는 ‘직소민원팀장’이다. 각 부서 취재 전 직소민원팀장에게 “학생들이 좋은 글을 올렸으니 황숙주 군수도 직접 보고 학생들이 기다릴지 모르니 각 부서에서 빠른 답변을 해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그 답변으로 건너온 답변이었다.
군의 사정을 보기보다 늦은 답변, 형식적인 답변으로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제안했고, 군도 성의 있고 빠른 답변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군은 그에 대한 답변으로 ‘복사, 붙여넣기’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변자 ‘색출’을 하며 기회를 걷어 차버렸다.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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