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작은 기타 ‘우쿨렐레’ 참 좋다
상태바
통통 튀는 작은 기타 ‘우쿨렐레’ 참 좋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7.08.24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우쿨렐레로 즐거운 여행’

▲눈은 악보를 보고 입은 노래하고 양손은 악기를 연주하고 발은 박자를 맞추느라 바쁘다. 그동안 배웠던 곡들을 선보이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수강생들.
매주 월요일 저녁 ‘악기’ 로 하나 되는 시간
30대부터 70대까지 음악으로 스트레스 해소

투박한 손가락으로 가는 줄을 튕기려니 잘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 오른손은 위아래로 스트로크를 멈추면 안 되고 왼손 손가락은 씨(C), 지(G), 에프(F), 지세븐(G7) 등 코드를 짚느라 정신이 없다.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우쿨렐레를 배우는 수강생들의 모습이다.
지난 7월 3일 첫 수업시간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접하고 두 달 동안 우쿨렐레의 매력에 빠져있는데 벌써 종강을 앞두고 있다.
우쿨렐레는 작은 기타로 불린다. 4개의 현과 프렛이 있는 지판으로 소리를 낸다. 아이를 안 듯 악기를 안고 연주하는데 텔레비전 음료광고에서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라는 노래와 함께 등장한 그 악기다. 우쿠렐레, 우쿠렐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우쿨렐레는 원래 포르투갈의 전통악기인데 포르투갈 이민자들이 하와이로 이주하며 가져간 악기가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우쿨’은 하와이어로 ‘벼룩’이라는 뜻이고 ‘렐레’는 ‘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름처럼 악기 소리도 벼룩이 튀듯 통통 튄다. 하지만 연주법에 따라 은은하고 조용한 음악에도 어울리는 다양한 매력을 가졌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는 30대부터 70대 어르신까지의 군민들이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순창군과 전북대 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평생교육과정인데 우쿨렐레 외에도 ‘부동산 재테크 컨설턴트’, ‘산야초와 건강관리’, ‘치매예방 지도사’ 등 과정이 있다. 군이 3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120여 군민이 수강하고 있다.
강좌 이름 ‘우쿨렐레로 즐거운 여행’ 처럼 수강생들에게 매주 월요일 3시간은 즐거운 여행과도 같다.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어릴 때 불러보았던 동요들을 노래하는 시간은 설레고 즐겁다. 튜닝이 안 돼 소리가 이상할 때도 있고 한 번에 같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서 실수로 삐끗 엉뚱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수강생들. 손가락이 아파 밴드를 붙이고 오기 일쑤다.

우쿨렐레를 배우게 된 사연도 다양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던 악기라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온 학부모도 있고, 맑고 고운 음색을 내는 새 모양의 이탈리아의 전통 관악기인 ‘오카리나’를 ‘우쿨렐레’로 잘못 알고 수강신청을 하고 악기를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는 수강생도 있다. 젊어지고 싶어서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최고령 수강생 김법정(70ㆍ구림 안정)씨는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젊게 살고 싶어서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됐지만 젊어진 기분”이라며 “따라가기 어렵지만 재밌다”고 말했다.
실력도 많이 늘었다. 처음엔 연주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연주 할 수 있는 곡이 열 손가락을 넘긴다. ‘곰 세 마리’, ‘멋쟁이 토마토’, ‘산토끼’ 등 동요와 ‘서울의 찬가’, ‘울릉도 트위스트’, ‘꿈을 먹는 젊은이’ 등 가요까지 많은 곡들을 연습했다. 2주 동안 ‘꼬마자동차 붕붕’을 연습해 완벽하게 연주를 해낼 때는 모두의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시간은 수업 막바지 갑자기 강의실에 온 남성 때문에 깜짝 놀랐던 일이다. 한 수강생은 “열심히 우쿨렐레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살려달라고 문을 두드리며 여자가 들어왔다. 어떤 외국인 남자가 쫓아왔다는 것이다. 강의실 안까지 들어온 남자는 소란을 피우고 밖으로 나가더니 우리 강의실 창문으로도 쳐다보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하고 다들 놀라 있을 때 강사님이 우리가 더 크게 노래하고 더 크게 우쿨렐레 연주를 하면 저 사람도 못 올 거라고 했다. 그날은 정말 크게 노래 불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예(49ㆍ순창읍 순화) 씨와 임옥녀(54ㆍ순창읍 남계) 씨는 항상 나란히 앉아 우쿨렐레를 연주했다. 김정예 씨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기타 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너~에 침묵에~’ 하는 노래를 남자애들이 기타로 치며 노래하면 멋있었는데 나도 이제 악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임옥녀 씨는 “올여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는데 우쿨렐레를 배우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우쿨렐레는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고 놀아줄 수 있는 동요부터 다양한 노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한 곡 완성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는 소감을 말했다. 최선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우쿨렐레 전담교수는 “처음에 전주에서 순창을 올 때는 굉장히 멀었는데 지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한 분 한 분 실력이 늘어가는 게 보여서 뿌듯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비 오는 지난 월요일 저녁 수강시간은 다음 주 종강식에서 선보일 공연 준비로 바빴다. 코드를 다 외우지 못했다는 수강생들의 푸념에 악보를 등에 붙이고 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에 웃고 ‘꽃중년’ 다섯 남자들의 쑥스러움 가득한 노랫소리에 또 한 번 웃는다. 우쿨렐레 줄만 바라보던 눈이 서로를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쌓은 어른 학생들. “다운~ 다운업 업다운업” 칼립소 주법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그들의 여름밤은 깊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