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업기술센터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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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기술센터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 김효진 사무국장
  • 승인 2011.02.08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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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효진 순창군 농민회사무국장

화장률 적고 묘가 많기로 이름난 우리 군은 예부터 조상을 극진히 섬기는 고장 중 하나로 인식되어왔다. 조상의 몸을 해치지 않기 위해 화장대신 묘를 썼고 명절은 물론 기일, 심지어 생신도 빠지지 않고 제를 지내는 등 예를 다하여 조상을 모셨다. 어느 문중 조상의 공적을 기념한 비석이 마을 어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살아서도 죽어서도 후손들이 챙긴 증거이자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고장에 망신살이 뻗친 일이 있어 이를 논하고자 한다. 군은 농업기술센터 신축 청사 건립을 추진하면서 예정부지에 있던 양씨 문중과 묘지 이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며 분묘 7기만 남겨둔 채 주위를 모조리 파냈다. 자세히 보면 분묘 위쪽은 수직 절개 돼 절벽이 되었으며 주위는 모두 황토로 뒤덮였다. 덩그러니 분묘만 남은 모습은 마치 조상의 벗들인 나무와 야생풀을 모두 뺏어가 외롭다 못해 처량한 광경이다.

이것은 군 행정이 조상의 흔적에 대해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며 행정처리 방식이기도 하다. 불도저식 행정에 대해 양씨 문중이 치를 떨며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수는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공사를 강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자신의 조상이 그곳에 잠들어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아예 처음부터 자리를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군은 농업기술센터 신축 과정을 무시했다. 매입과정에서 절차상 전혀 맞지 않는 것을 밀어붙였다. 군의원이 지적했듯 관리계획변경보다 부지매입을 먼저 했고, 더 싸고 위치도 좋고 공사하기도 쉬운 평지가 다른 곳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이는 누가 봐도 원칙에 맞지 않은 잘못된 처사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집행부터 하고, 행정감사 자리에 나와 몹쓸 짓 했다고 고개 한번 숙이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말인가? 군수에 대한 부하의 충성심이 대단했는지 행정감사 답변자는 누가 결재를 지시했는지를 묻는 군의원의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소장이 결재했을 리 없고 군수라고 답변하자니 보스에 대한 예가 아닌 것 같아 망설였을 테다. 상급자에 대한 예는 갖추면서 조상에 대해서는 원리원칙도 어겨가며 몹쓸 짓을 하는 행정을 군민들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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