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여섯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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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여섯사람」
  • 박은이 회원
  • 승인 2017.08.3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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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매키 지음 / 김중철 옮김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누구나 잘 살기를 소망한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도 너나 나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런 생각꺼리를 물어다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주제가 꽤나 철학적이다.옛날에 여섯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았다. 열심히 일했고 잘 살게 되었다. 그러자 걱정이 생긴다. 도둑이 와서 자기네 땅을 빼앗을 까봐. 높은 감시탑을 세워 나쁜 놈들이 오나 망을 본다.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싫증이 나게 되고 망을 보는 일을 군인을 뽑아 대신 보초를 서게 한다. 계속 도둑은 오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군인들이 싸우는 법을 잊어버릴까 걱정을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돈을 주어야 하는 것도 걱정이다. 걱정에서 벗어날 온갖 방법을 생각했는데 가까이에 있는 다른 농장을 뺏는 일이다.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된 여섯 사람의 걱정은 없어졌는데 자신들의 힘을 다른 곳에 써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또 싸우고 싸우고…
책에서는 조금 더 긴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여기까지.
그림책이기에 어쩌면 그림만으로 충분히 이미지화 할 수 있는 전쟁의 잔인성, 폭력성을 과장되게 혹은 현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점이 특이하다.
아이들 솜씨인양 유치한 듯한 그림은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표현한 장치인가 싶다. 그 어설픈 그림만으로도 꽤나 전쟁 묘사의 설득력이 느껴진다. 또한 구어체로 담담하게 서술되는 스토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들에게 전쟁의 체제(메커니즘)를 어려운 말로 에둘러 설명하지 않고 전쟁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결말은 어찌되는지 그래서 무엇이 남는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설명해주는 책. 말 걸어오는 책.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인 이유는 책속에 나오는 몇몇 구절 때문이다.
여섯 사람이 잘 살게 되자 걱정이 생기고 도둑이 올까봐 망을 보게 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실증’이 났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가 우리의 소망인 것 같지만 실은 그것이 끝이 아닌 게 인간의 속성이고 그 본성의 무모함에 대해 이 그림책은 말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잘 살게 되어서 두렵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젠 지루하기까지 하다니… 얼마나 오만방자한 인간이란 말인가. 무언가를 지켜야 될게 있을 때 두렵고, 아무 일도 없으면 지루하고, 높은 곳에 오르면 자기 힘을 다른 곳에 써보고 싶고 이 모든 일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게 인간사라면 참 슬프다.
일상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가? 나는 그것을 평화로운 일상으로 여기는데 말이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 목표를 세우고 도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는 삶만이 의미가 있단 말인가. 틈틈이 넋 놓고 멍 때리기 좋아하는 나야말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지켜야 될 게 많아서 걱정도 두려움도 많아진다면 지켜야 될 것들을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것인가?
콩알만 한 권력이라도 쥐고 있으면 그것을 꼭 이용해서 뭔가를 얻어야 하는가? 인간본성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우리 집안에서는 아이들을 상대로 혹은 남편을 상대로 엄청난 권력자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집뿐이랴. 직장생활, 사회생활 관계에서도 알게 모르게 그렇게 살고 있다. 내가 가진 어떠한 우월성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밟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성찰이 필요한 요즘이다.
결국 전쟁은 어쩌다 일어나는가. 이 책은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하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거 하지 않는 삶이고 싶다. 삶을 일부러 전쟁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그저 별일 없이 살고 싶다. 내가 지키고 싶고 좋아하는 사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지금. 당신들과 함께.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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