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풍경, 못 다한 정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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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풍경, 못 다한 정치이야기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0.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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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찾아오는 추석이지만 풍경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듯 '추석풍경'도 많이 변했다. 이번 추석연휴를 순창읍에서 지내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띠고 마뜩치 않은 일은 순창읍내 도심을 관통하는 도로(중앙로) 상황이었다. 지난 설 명절 때도 그러했는데 이번 추석 명절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중앙로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심한 경우 신호등이 두세 번 바뀔 때까지 교육지원청 사거리를 통과할 수 없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향우와 명절 연휴를 맞아 여행 온 운전자들의 ‘왕짜증’과 그 모습을 우두거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주민들의 ‘당혹감’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 고속도로 진입로 개설에 직ㆍ간접 관여했을 법한 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일까 내내 궁금하다. 주차장을 방불케 한 도로에서 교통 정리하는 경찰관도 공무원도 볼 수 없었다.
아무튼, 가족끼리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나눠 먹는 추석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올해는 긴 연휴 때문인지 귀성 향우들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기차표ㆍ고속버스표를 예매하려고 역(터미널) 앞에 늘어선 긴 줄이 컴퓨터 화면을 거쳐 모바일로 들어가고, 명절엔 반드시 고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식도 희미해졌다. 1986년에 추석 다음날, 1989년에 추석 전날까지 휴일로 지정되면서 ‘3일 연휴’ 체제가 되었지만 성묘ㆍ차례 등 풍습을 지키기보다는 여행이나 긴 휴식을 즐기는 새 풍속이 늘고 있다. 올해는 ‘7일 연휴’도 아쉽다는 여론에, 정부가 10월 2일 하루를 더 붙여 10일을 쉬었다. 하루 쉰 그 때나 열흘 쉰 지금도, 여행ㆍ휴식은 언감생심 가난을 못 이겨 쓸쓸한 추석을 보내는 이웃이 있다.
근대사회에서는 일가친척들이 가까운 곳에서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지만, 일자리와 학업을 위해 타지로 나간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장거리ㆍ대규모 귀성이 시작되었다. 하루 또는 이틀 안에 고향을 다녀오려는 귀성객들로 열차와 버스가 몸살을 앓았고, 몰려든 승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열차의 스프링이 내려앉기도 했다. 작은 ‘똑딱선’에 승객 수백명을 태워 운행하다 침몰해서 수십명 인명피해도 발생했었다. 산업화로 고향을 떠난 ‘이촌향도’ 현상이 시작된 60년대의 귀성길 혼잡은 극심했다. 70년대부터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빈부격차, 가족제도 붕괴, 전통가치 타락 등을 우려하는 지적이 등장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전면 개통되면서 본격적인 고속도로 시대가 열렸다. 귀성인파는 열차보다 출발 간격이 짧고 정류장이 가까운 고속버스를 선호했다. 80년대에 회사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고향을 찾는 구로공단 여공과 명절에도 고향집에 내려가지 못하는 '또순이' 여공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포니ㆍ엑셀ㆍ프레스토ㆍ르망ㆍ프라이드… 늘어난 자가용 승용차로 고속도로는 혼잡했고 추석 차례상에 수입농산물이 올라왔다. ‘성묘 보다 여행’이 비난받지 않게 되었고, 여성 쪽 시각에서 당연한 '평등명절’ㆍ'명절증후군'이 화두가 되었다. 귀성길 혼잡을 피한 ‘역귀성’이 점차 늘었다.
2017년 촛불의 힘으로 새 대통령을 뽑았다. 추석 밥상머리에서 새 정부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에 기대하고 응원을 보낸다. 더러는 환호하기도 한다.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개혁은 사정이 아니라 권력기관과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누적되어온 관행을 혁신해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보수야당들의 ‘정치보복’ 공세를 일축했다. 중앙은 ‘적폐청산’에 힘을 실어주는데 우리 동네 현실은 묘연하다. 주민들은 여전히 지방정부의 독선과 횡포에 무감각하고 제 권리를 찾기보다 줄서기에 급급하다. 대통령이 읽었다는 “엄중한 민심”을 우리 동네 정치인들도 읽었을까.
지방자치 22년. 민선군수 세 사람. 모두 행정관료 출신. 현존 두 사람이 다음 자리를 놓고 다툰다. 여전히 권부 주변을 맴도는 기득세력의 기세가 등등하다. 새 대통령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우리 동내 사람들의 삶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정치를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게만 맡겨둔 결과다. 추석 밥상에서 못 다한 정치이야기를 공론화하자. 그래야 순창군민이 순창군의 주인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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