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75)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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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75)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7.11.09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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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고 오늘을 만족스럽게 살아야 그것이 곧 행복한 인생이다."

강천산의 가을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오늘 여기 안 왔으면 후회 할 뻔 했다”며 지나치는 관광객의 말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산길에는 유모차를 탄 아이, 가족과 친구, 연인, 직장의 동료, 휠체어에 의지한 노인, 단체 관광객 등 수많은 인파가 마주치며 함께 걷는 동안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강천사 절에는 담장의 은행나무들이 나뭇잎 비늘을 털어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부처님 말씀을 노랗게 축등을 켜서 쏟아내는 순간들이었다.
이미 스님의 강의 영상을 수없이 들었던 터라 ‘평생 원수는 없다’는 말씀이 기억났다. 평생 마음을 닫을 것 같던 사람에게 가벼운 말을 건네고 나니 상대방도 다가오게 되고 편해지는 것은 내 마음이 먼저였다. 학교의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아파했던 마음은 ‘너무 잘하려 들지 말라’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가까운 가족이라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를 넓혀가는 노력이 있어야’ 간섭을 줄이고 사랑이 두터워졌다.
풍물이 의욕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는 ‘좀 더디 가고 뒤질 수도 있지 뭐’, 경제적으로나 능력의 한계가 남과 비교 될 때는 ‘지금 이만큼도 어디인가’라며 만족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새로운 용기가 시작되었다.
스님의 이야기는 “어느 것이 꼭 옳다는 것은 없다, 어떤 조건에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다...”등 여러 번을 생각해야 겨우 소화가 가능한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답은 듣자마자 무릎을 치게 만드는 깊은 혜안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희망사항 행복에 대해서 스님은 ‘지금 당신은 행복합니까?’라고 묻는다. 행복은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고 오늘을 만족스럽게 살아야 그것이 곧 행복한 인생이다”라고 답한다. 충족해서 행복해지려면 인간의 만족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의 원천인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라”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상처가 오래도록 남는 ‘사별의 슬픔은’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벗어놓은 헌옷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로, ‘마음의 상처와 인연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항상 내 마음부터 먼저 살필 것과 쉬지 말고 복을 지으며 살아야한다”고 당부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왕년에’라는 의식을 내려놓기와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살겠다는 마음이 필요했다. 직위와 명예를 내세우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날 것도 요구되었다. 자식에 대한 충고는 스님의 즉문즉설의 동영상에서도 반복되었는데 “스무 살이 넘거나 대학까지 지원을 했다면 그 이후에는 스스로 독립하여 살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자신은 노후가 보장되고 자식에게는 자립을 돕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 여기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는 관광객의 말은 감탄과 환희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 세상에 단 한 번 소풍 나온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야!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인생은 어떻게 누리고 살아야 잘 물든 단풍처럼 봄꽃보다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단풍이 되어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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