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청원에 소통하는 지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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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청원에 소통하는 지역 정치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11.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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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답하겠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8월17일)을 맞아 누리집(홈페이지) 개편을 하면서 ‘국민 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만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국민 청원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답변 기준(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을 정했다. 그에 따라 기준 27만명을 훌쩍 넘긴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12분30초 분량의 동영상 답변을 내놓았었다.
국어사전에는 청원(請願)을 “일이 이루어지기를 청하고 원함”이라며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률ㆍ명령ㆍ규칙의 개정 및 개폐,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국회ㆍ관공서ㆍ지방 의회 따위에 청구하는 일(구청에 청원을 내다)”이라고 풀어 썼다. 민주사회에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청원권 행사에 관한 절차와 처리에 대한 사항을 규정한 ‘청원법’이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관한 희망사항이나 개선사항을 지방의회 의원의 소개를 받아 서면으로 그 해결을 요구하는 청원제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혹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한국 사회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공간으로 거듭날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청와대가 온라인 공간을 여론수렴의 장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국민참여마당’이 있었다. 그때와 색다른 점, 특히 눈에 띄는 차이는 ‘댓글’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네이버ㆍ다음ㆍ페이스북 등의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서명에 동의하면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래서 청와대 청원에 관한 모든 댓글은 찬성 댓글이다.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지만 불안한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댓글’은 나름의 절박함 담은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이다. 청와대가 청원ㆍ토론 공간과 댓글 형식까지 동원한 것은 “정부와 시민 간의 소통뿐 아니라 시민과 시민 사이의 소통”까지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시민 간의 수평적 소통’을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벌”이게 해서 “‘청원만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란 냉소와 허무감을 극복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유인동기를 만”들었다는 대학교수의 설명이 설득력 있다. 소통이 반드시 아름다운 내용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지만 형식의 차이는 철학의 차이를 반영한다.
하지만 아무리 탈권위주의를 표방해도 권력의 공간에 시민들이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지방자치단체 ‘군수(시장)에게 바란다’에서 수평적 소통이 원활할까. 의회(입법부)와 지역정치가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의견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토론되지도 검토하는 과정도 보이지 않으며, 권력 주변을 떠나지 않는 ‘열정 있는 소수’들이 좌지우지하고, 정권을 쥔 자가 그들과 손을 잡고 쉽게 통치(?)하려 드는 상황에서의 ‘소통’은 형식일 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이 ‘정경유착’이듯 지방권력과 지방토호세력이 연합해 자신들의 이익을 항구적으로 유지하려고 용을 쓰고 이에 동조, 묵인하면 지역발전은 없다.
이런 현실에서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군 의원의 “의회까지 찾아오거나 의원들에게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은 소위 지역 유지인 경우가 많다”며 “고민 고민 하시다 참으며 사시는 분들이 불편한 점이 없는지 먼저 생각하고 찾아내서 감사에 반영해 불편하거나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가 새삼 고맙다. 의원의 자료 요구에 불평하는 공무원을 두둔하는 군수에 맞서 힘없는 주민들의 불편과 피해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노력이 꽃 피우기를 기대한다. 우리 지역에는 소위 권력 주변의 ‘그들만의 리그’가 없도록 힘겹지만 포기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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