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관 7개월동안 수업 / 16명 빛나는 졸업장 받고 각각 상도 받아
동계면 서호마을 경로당에서 지난 15일, 구송정학당 책거리가 열렸다. 할머니 학생 16명이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시 감상, 한글쓰기, 동요배우기 등 기본과정 외에 종이 카네이션 만들기, 봄꽃 그리기, 딸기쨈 만들기, 풍선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장점 5가지 이상 알아보고 발표하기, 우리 마을 소식지 만들기, 마당창극 관람하기, 봉숭아 물들이기, 알고 있는 전래놀이 나누기, 고무신에 그림 그리기,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발표하고 그림일기 그리기, 자신에게 칭찬편지 쓰기. 송편 만들기, 손수건에 풀잎 물들이기, 가을나들이(정읍 구절초공원) 등 체험을 했다.
이날 졸업한 16명 할머니 학생 모두는 졸업장과 함께 하나의 상을 더 받았다. 얼짱상, 애정가득상, 열정가득상, 예쁜웃음상, 백설기상, 명가수상 등이다.
임금순(83ㆍ유등댁), 이순복(82ㆍ관전댁), 최정례(81ㆍ한동댁), 권진순(80ㆍ가정댁), 최현순(79ㆍ용수막댁), 서순님(78ㆍ진만댁), 이복수(78ㆍ수동댁), 최덕순(78ㆍ대산리댁), 한옥순(78ㆍ가실댁), 김이순(77ㆍ성암댁), 이보순(77ㆍ장군목댁), 강춘자(75ㆍ장전댁), 임금연(74ㆍ나주댁), 최정님(74ㆍ금실댁), 김필순(70ㆍ수지댁), 장순님(67ㆍ동원댁) 할머니 학생이 졸업했다.
김필순 할머니는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개월이에요. 세월이 너무 빠르게 가네요. 군수님, 면장님, 이장님 좋은 수업 지금까지 끌어오셔서 너무 감사하고, 세 분 선생님 너무 고마워요. 저는 여태껏 일기라곤 안 써 봤거든요. 날마다 밭 매고 호미질하고 농사일 하는 게 일이었어, 이 나이 먹도록. 그러다가 글씨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만들기도 해보고, 너무 감사드리고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어요. 세 분 선생님 너무 수고 하셨습니다. 진짜 섭섭하네요.” 아쉽고 고마운 소감을 따뜻한 어조로 밝혔다.
구송정학당을 이끈 배은숙 교사는 “이 수업을 짜면서 어떻게 하면 어머님께 좋을까 고민했어요. 친정어머니께 하듯이 편안하게 하려고 했어요. 못해도 잘 한다. 무조건 잘 한다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쌓인 정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은숙ㆍ김윤영ㆍ이남숙 교사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묵직하게 싸인 정을 애써 감추지 않고 서로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할머니 학생도 슬쩍슬쩍 소매로 눈가를 닦으셨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은 서로에게 마음의 말과 준비한 선물을 나누고 미소 지으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예쁘게 찍어주세요”라는 할머니에게 “원래 고우셔서 그냥 찍어도 예쁘게 나오겠어요” 답했다. 쑥스러운 듯 미소 짓는 할머니가 참 고우시다.
서호마을 구송정학당 사업은 전라북도 생생마을만들기 기초단계 공모사업으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센터장 서경옥)가 주관해 지난 4월 26일부터 11월 15일까지 7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 28차례의 수업을 했다.
자작시
고추밭
권진순(80ㆍ가정댁)
고추값이 내리자
수확을 포기하고
고추밭에
눈이 내려 쌓였다
세월 팔순
최정님 (74ㆍ금실댁)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살아 왔죠
낮잠 한숨 못 자보고
죽고 살고 살아 왔죠
자녀들 다 여우고
좀 나사질까 했더니
영감은 날 싫다고 가시고
조은세상은 다 넘어가고
몸은 말을 안 듣고
세월은 어느덧 칠십이 넘어
팔십을 바라보네요
모든 사람들이 바라듯이
잘 살다가 잘 가기만 바랍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한
몸으로 잘 사는 게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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