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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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습관
  • 강성일 전 순창읍장
  • 승인 2017.12.0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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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성일 전) 순창군청 기획실장

나는 밤8시~9시 사이에 잠들어 0시~1시쯤 깬다. 그때부터 아침 까지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비몽사몽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생활이 5년여 동안 계속되다보니 이젠 습관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2012년 뇌출혈로 입원해서 치료와 재활을 하면서 병원 생활을 6개월 정도 했다. 병원은 오후 5시면 일과가 끝난다. 5시30분쯤 병실로 오는 저녁을 먹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개인시간이다. 환자들은 휴게실이나 방에 있는 티브이(TV)를 보는데 나는 눈 신경에도 손상이 있어 수술을 하셨던 의사께서 티브이나 책을 가급적 피하고 눈을 쉬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더 일찍 자게 된 거다. 아프기 전에도 제 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있는 날이면 9시 뉴스를 못 볼 정도로 일찍 잤다. 그리고 4시쯤 눈을 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병원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 더 일찍 자게 된 것이다. 또 병실에서는 여러 사람이 생활하다 보니 옆자리의 작은 소리까지 들려, 자주 깨고 뒤척이게 된다. 지금까지도 그때 습관이 계속되어 잠을 설친다. 자다가 눈이 떠져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자정 무렵이다. 이때부터 마음이 심란하다. 이 긴 밤을 어떻게 보내야지 하는 부담감이 짓누른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은 오지 않고 여러 생각이 든다.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누운 채로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켜고 책을 잡는다. 이 시간에 책을 보는 건 눈을 피곤하게 해서 잠들려는 거다. 한참을 보면 눈이 따가워진다. 스탠드를 끄고 눈을 감는다. 간혹 밖에서는 술 취한 사람들의 고성도 들린다. 잠깐 선잠이 들다 또 깬다. 이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새벽이 된다. 몸과 신경이 지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또 잠이 온다. 늦잠도 자봤지만 어수선한 꿈만 꾸어 몸만 더 무거웠다. 그래서 가급적 일어난다.
티브이에서는 불면증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하고 주변에서는 갱년기 증상일수 있으니 술을 수면제로 생각하고 조금 마셔보라고도 하지만 아직은 몸이 온전하지 않아 마시지 않는다. 저녁에 사람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늦게 자면 좀 나을 수 있겠지만 내가 사는 곳이 광주에서 외곽 지역이고 술을 마시지 않으니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도 점차 멀어져 갔다. 혼자 지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헌데 이상한 게 있다. 자정 무렵에 잠을 깨면 뭔가 먹고 싶은 것이다. 한동안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 시간에 뭘 먹고 싶다니? 뇌에 이상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되었다. 오랫동안 그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문득 짚이는 게 있었다. 늦은 밤에 뭔가를 먹었던 습관을 몸이 기억하고 반응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에는 직원들이 거의 순창에서 살았고 개인 승용차도 없던 때라 외지에서 출퇴근은 어려웠다 퇴근 후에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녁 먹은 식당에서 고스톱 판을 벌리거나 상황이 괜찮은 집으로 가서 자리를 폈다. 고스톱만 치는 게 아니라 술과 담배를 함께했다. 지금은 식당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지만 그때는 방에서 피우는 게 통용되던 때였다.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책상마다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겨울에는 사무실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여직원들은 옷에서 담배 냄새난다고 푸념은 했지만 공개적으로는 말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놀다가 자정쯤 되면 나와서 포장마차에 들려 국수에 소주를 마시고 끝냈다. 몸이 그걸 기억하고 그 시간이 되니 뭔가를 먹고 싶은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은 무겁고 머릿속은 멍하다. 자정쯤에 뭘 먹고 싶던 게 달나라만큼이나 멀어져 버렸다. 이것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술을 자주 마셨던 나의 경우 아침이 먹고 싶을 때는 거의 없었다. 먹지 않거나 차려 주니까 먹는 시늉만 하는 정도였다. 그게 몸에 배어 술을 마시지 않는 지금도 아침밥은 생각이 없지만 건강 때문에 먹는 정도다. 습관은 이렇게 질기다! 불면증을 고쳐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보았지만 별로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땅을 밟고 일하는 것이었다. 가끔 금과 아미마을 집터나 처가 밭에 가서 움직이고 오는 날은 몸이 나른하게 피곤하면서 잠도 웬만큼 잔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땅을 밟고 일을 하며 생활해야 몸이 제대로 작동 되는걸 느낀다. 현대인의 병은 대부분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거라 한다. 내가 아팠던 것도 지금의 불면증에 가까운 잠 습관도 그동안 무질서했던 생활에 대한 응보일거다. 금과에 집을 지어 자연에서 몸을 움직이며 생활하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자연에 말썽만 부리는 데도 자연은 기꺼이 받아줄 것이다. 어머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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