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게는 예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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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에게는 예의 없다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2.1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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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지역리더아카데미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과 서천군 달맞이 모시마을을 방문했다. 홍동마을은 ‘필요하면 내가 만든다’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의식이 강한 곳으로 보였다. 대안학교, 도서관, 출판사, 헌책방, 동네마실당부터 환경농업영농조합, 유기농영농조합, 은퇴농장 그리고 목공실, 생태건축조합, 생활기술협동조합, 풀무학교생협, 할머니장터조합 등 수많은 공동체 모임을 지역주민 주도로 만들어왔다.
이 모임의 핵심인물은 귀농귀촌인이다. 홍동마을 전체인구 3500여명의 10~15%의 해당하는 300~500여명의 젊은 귀농귀촌인이 중심이 되어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풀무학교가 시작된 1958년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귀농귀촌인구가 유입되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홍동마을의 이러한 발전 이면에는 여전한 갈등과 어려움이 있다. 실례로 마을 어르신은 마을에서 어떤 사업이 이뤄지는 지, 왜 많은 사람들이 선진지 견학을 오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가끔 기분이 나쁘면 지나가는 길목을 막아 차량 이동을 방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형적인 지역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갈등이다. 귀농귀촌인 안에서도 갈등이 많이 있다고 홍동마을 관계자는 말했다.
모시마을도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시떡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며 많은 이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는 단지 6명만이 함께 했을 뿐이다. 마을의 여러 사람들의 생각, 표현이 달라 함께 모이고, 일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도시 직장에서의 갈등은 업무시간이 끝나면 해방될 수 있지만, 농촌 작은 마을 안에서의 갈등은 시간의 구애됨이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마을을 지나다니며 계속 보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도시의 것에 비해 월등히 크다. 사이가 틀어지면 함께하는 모임에도 나가기 어렵고 잘못하면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유롭고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고향땅을 지키는 사람들, 원고향인 도시를 떠나 새 지역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어려운 경우를 종종 본다. 텃새를 부리는 원주민도 있고, 자기만 잘났다고 독불장군으로 사는 이주민도 있다. 원주민 안에서도, 이주민 안에서도 성격과 생각 차이로 갈등이 일어나면 뒷이야기를 하며 니편 내편을 만들기도 한다.
갈등이 없는 관계는 없다. 오해가 없는 관계도 없다. 문제가 있을 때 대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도를 단정하며 관계를 단절한다면 친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인간관계는 항상 역동적이다. 지금까지 좋았던 관계라도 한 마디 말이나 작은 표정 하나로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것이 인간관계일 수 있다. 상대방의 행동이 예의 없다고 생각됐을 때,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을 때 참기 힘들다. 하지만 예의의 기준이 다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예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도 (누구나 자신은 옳다고 생각하기에) 그 누군가에게는 알게 모르게 무례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다. 모두의 예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례를 이해하는 넓은 마음과 다름을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가 있다면 외로운 세상에서 좋은 친구를 유지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귀농귀촌의 성공에는 양질의 일자리와 좋은 인간관계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오해로 인해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먼저 손 내밀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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