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환 금과 고례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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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환 금과 고례마을 이장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7.12.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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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농사 지은 쌀 200킬로그램 기부

▲“남에게 베풀면 그것이 결국엔 내게도 돌아온다”며 “하루하루 충실하고 주어진 가운데 노력하면 된다”는 설치환 금과 고례 이장.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기자의 말에 쑥스러운 듯 웃음 짓는다.
설치환(60) 금과 고례마을 이장을 금과 방축리 토종순대 식당에서 만났다. 설치환 이장의 선행을 전해 듣고 기자가 연락했더니 “난 조용히 기부하고 싶다. 얘기할 것이 없다”고 했던 설 이장은 “알려지려고 한 게 아닌데…” 겸연쩍어 했다.
고례마을에서 태어난 설 씨는 금과초등학교 동창인 금과면장에게 “말하지(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해 갖고 이렇게 사람 난처하게 한다”며 오랜 친구를 탓했다.
설 씨는 140마지기 벼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일이 없을 때는 하우스 만드는 일도 하고 벌목 일도 한다. 오늘도 하우스를 짓기 위해 토종순대 식당에 왔다고 했다.
설 씨는 농사를 짓기 전에는 직장에 다녔다. “농협 농기계 수리기사로 7년을 근무하고, 면소재지에서 10년 동안 기계 수리 일을 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두고 고례마을에 들어와 산다. 오랫동안 기계기름 냄새를 맡으니까 머리가 아프고 안 좋아져서 그만 뒀다. 농번기에는 농사를 짓고 농한기에는 일거리가 생기는 대로 일을 한다.”
설 씨는 힘들게 농사지은 쌀 200킬로그램을 4년째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어려서 어렵게 살아서 그 마음에 기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죠. 예전의 나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요. 어디 고아원에 하려고도 생각했는데 금과면에 하면 나보다 못사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것 같아서 한 거죠. 기부할 생각은 7~8년전 이었는데 행동으로 옮기는 첫 발걸음이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정도를 기부해도 될까, 너무 작은 양은 아닐까’ 생각되고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4년 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어요. 더 하고 싶은데 아직은 어렵다보니까… 잘 되면 더욱 늘리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39가구가 사는 고례마을에서 호적 나이 59세, 실제 나이 60세인 설 씨가 가장 젊다. 설 씨는 “내가 이장에 뽑힌 것은 순전히 ‘나이시세’가 좋아서”라고 말했다.
옆 마을에 살았던 아내와는 교회에서 만났다. “3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살 때, 여러 상황과 마음이 어려워져서 교회를 갔다. 지금은 나갈 때도 있고 빼먹을 때도 있다”는 설 씨에게 ‘베푸는 일을 하니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하자 설 씨는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남에게 베풀면 그것이 결국엔 내게도 돌아온다고 생각하죠. 저는 계산을 하고 큰 목표를 세우고 그런 게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고 주어진 가운데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면서 “이제 할 말이 없어요. 지금 이것도 안 했으면 쓰겠는디…”하며 많이 쑥스럽고 부끄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니 “사진은 무슨…”이라고 말하면서도 세상 좋은 웃음으로 카메라를 바라봐준다.
수수한 그의 웃음이 연말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마음을 데워줄 듯 밝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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