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마을 변전소 주민설명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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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마을 변전소 주민설명회 ‘유감’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8.01.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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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설명회인지, ‘주민 겁박’ 모임인지 분간이 안 된다. 주민 상대로 협박했다는 표현도 무방해보였다. 기자는 죽전마을 주민도 아니고, 죽전마을에 아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설명회’를 보며 많이 언짢았다.
이날 군 관계자는 “반대해서 못 지으면, 나중에 전기 없다고 해도 못 짓는다. 기회라는 것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민들을 압박하며 님비 현상까지 거론했다.
님비는 꼭 필요한 시설을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고 외치는 지역 이기주의다.
그런데 이날 상황이 님비에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날 밝혀진 바, 순창변전소는 죽전마을 주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마을주민들을 ‘이기주의’로 몰고, 주민들이 반대하면 앞으로도 못 지을 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발언은 듣기 참 거북했다. 현장에서 지켜보면서도 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공직자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한전 관계자도 다른 변전소를 견학하자면서 “날 풀리고 봄 올 때 여기하고 똑같은 변전소 같이 가서 직접 전자파 측정도 해보고, 주위 마을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고, 구경할 데 있으면 관광지 구경도 하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근슬쩍 ‘관광지를 가자’며 회유하는 발언이 주민을 참 많이 무시한다고 느꼈다.
더 가관은 한전 중부건설본부 갈등관리부 과장이라는 분이 “법으로는 지원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한전 직원들이 사회봉사단 운영하는데 태양광 가로등도 달아 주고 도의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드리겠다”며 “더 많은 혜택을 받으시려면 마을 어귀 뒤쪽이나 앞쪽에 땅을 저희한테 매각 해주시면 여기에 가깝다. 그러면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이 보상을 바라고 반대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했고, 주민을 도와야 할 공무원은 묵묵부답이었다.
‘마을에 가까운 땅에 지으면 보상을 더 받는다’는 말을 주민들 앞에서 얼굴색 변하지 않고 쏟아내는 국영기업 간부와 군청 공무원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부끄럽고 분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지역주민을 얼마나 무시하면 면전에서 우롱할 수 있는 것일까.
이날 한 주민은 “말씀하시는 것이 주민들은 싫다 하는데 그냥 하라고 자꾸 말하시는 것 같다. 왜 주민들이 싫어하는지 그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분한 마음을 비췄다. 이 주민은 설명회장에서 나와 “저도 변전소가 크게 피해가 없다는 것은 알아요. 그런데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한다고 얘기하니까…”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파악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행정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할 일은 많고 무식한 주민들은 항상 반대하니 그냥 밀어붙여야 한다”고 더 높은 사람이 지시했을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죽전마을 변전소 사업설명회를 보며 ‘박근혜정권’이 떠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참동안 마을 주민에게 미안했고 행정과 한전에는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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