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학려/ 바람소리에도 그만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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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학려/ 바람소리에도 그만 놀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8.01.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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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풍 風 소리 성 聲 학 학 鶴 울 려 唳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70

이 성어는 방현령(房玄齡)이 쓴 《진서ㆍ사현전(晉書ㆍ謝玄傳)》나온다.
동진(東晉, 317-420)시대 이후 중국 북방지역은 거의 이민족인 호인(胡人)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오호십육국(五胡十六國)중 제일 강성한 나라는 부견(符堅)이 왕으로 있던 전진(前秦)이었다. 부견이 천하통일의 욕심을 내어 동남쪽에 있는 동진(東晉)을 치기 위해 80만 대군을 이끌고 출전하였다. 동진은 이에 맞서 중신 사안(謝安)의 조카 사현(謝玄)을 선봉장으로 명하여 대적하게 하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군세가 현저히 약하다고 느낀 사현이 크게 고민하였다.
‘만약 대군을 가진 부견과 정면으로 맞부딪친다면 질 게 뻔하다. 어찌되었건 머리를 써 어떤 기발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한 계책을 세워놓고 우선 8000여 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비수(淝水)의 좌측 강변에 주둔하는 동시에 일부 병사들에게 적의 군복을 입혀 부견 진영에 잠입시켰다. 사현은 일체의 준비를 다 끝내고 부견에게 사자를 보내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군대를 조금 후퇴하도록 하여 동진의 군대가 강을 건넌 다음에 다시 싸움을 하자.’
부견이 이런 제안에 대해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군의 장병이 어디로 보나 우세하고 게다가 적군이 막 강을 건너오면 숨을 곳도 마땅찮은데…, 지가 무슨 수룰 쓴다 한들 어쩌겠는가? 우리가 틀림없이 이길 수 있겠구나.’
그래서 부견은 사현의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여 부대를 뒤로 일단 후퇴하도록 명령하였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였다. 부견의 군대가 너무 많고 행렬이 길게 뻗어 있었으므로 후퇴명령이 뒤쪽에 다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방에 있던 부대가 먼저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사현이 바라던 상황이 일어 난 것이었다. 동시에 부견의 진영에 잠입하였던 사현의 부하들이 진영 가운데에서 큰소리를 내었다.
“후퇴! 후퇴! 우리 군이 패했다! 우리가 졌다!” 후방에 있던 병사들은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 모르는 가운데, 앞에 있는 병사들이 후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공격을 받아 패각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모두 겁을 내 사방으로 도망치기에 급급하였다. 사현이 이 혼란한 틈을 타 바로 군대를 돌진시켜 공격을 하니 부견이 미처 손 쓸 사이도 없는 가운데 수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는 중에 부견이 겨우 직속부하들의 호위를 받아 도망쳐 나왔다. 이때 부견이 얼마나 겁을 먹었던지 도망 중에도 바람 부는 소리나 학이 우는 소리를 듣고도 크게 겁을 내 떨면서 얼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사현의 병마가 정말 기습을 한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에서 ‘바람이 크게 불거나 학이 우는 소리를 듣게 되면 마치 적군이 기습한 것으로 알고 놀래어 떨었다’ 는 풍성학려(風聲鶴唳)와 ‘산의 풀과 나무가 온통 적병같이 보여 놀랐다’ 는 초목개병(草木皆兵)이라는 성어를 만들어 ‘겁을 집어 먹은 사람이 하찮은 일에도 크게 놀라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하찮은 일에 겁을 먹고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이 성어를 써 다독거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유사한 성어 오우천월(吳牛喘月)은 ‘오나라의 물소가 더위를 두려워한 나머지 밤에 달을 보고 해인 것으로 의심하여 헐떡거리다’는 뜻으로 공연한 일에 지레 겁부터 먹고 허둥거리는 사람을 비유하였다. 또 상궁지조(傷弓之鳥)는 한 번 활에 혼이 난 새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에 겁부터 먹고 허둥거리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러한 성어들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국에 댄 놈 물만 보고도 성 낸다’는 우리 속담과 통하는 말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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