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56)/ 같은 의미 다른 기능, ‘첫’ / ‘처음’
상태바
아어우리말(56)/ 같은 의미 다른 기능, ‘첫’ / ‘처음’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2.08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관형사 ‘첫’, 체언(명사ㆍ대명사ㆍ수사) 수식
부사어 ‘처음’, 용언(동사ㆍ형용사) 수식

“‘첫’ 채화된 성화는 11월 1일 인천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전국 17개 시ㆍ도를 돌며 올림픽 평화의 정신과 대한민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펼쳐 보이고 있다.”
“동계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6개국,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에콰도르, 에리트레아, 코소보,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싱가포르가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다.”
국내외 시선이 평창올림픽에 쏠리고 있다. 때가 때인 만큼 언론사의 기사들은 최초를 뜻하는 다양한 표현들로 장식되곤 한다. 무슨 일의 최초는 쉽게 주목받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간적으로 가장 앞서거나 순서나 등급 상으로 제일 앞서는 것을 가리킬 때 ‘첫’ 그리고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이란 뜻의 명사 ‘처음’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첫’과 ‘처음’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지만 서로 기능이 다르므로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은 ‘맨 처음의’란 의미의 체언(명사ㆍ대명사ㆍ수사)을 꾸미는 관형사로 ‘첫 사랑, 첫 걸음, 첫 해’ 등으로 쓰는 반면 ‘처음’은 용언(동사ㆍ형용사)을 꾸미는 부사어로 ‘처음(으로) 사랑한, 처음(으로) 만난, 처음(에) 할 일’등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앞선 두 예문에서 서로 다른 쓰임새를 무시한 결과 잘못된 글이 돼버렸다. ‘첫 채화된 성화, 첫 출전하는’에서 관형사 ‘첫’이 용언 ‘채화된, 출전하는’을 수식하고 있으므로 왠지 어색하다. 각각 ‘처음 채화된 성화, 처음 출전하는’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두 낱말이 의미적으로 같다 보니 문장에서의 기능까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올림픽 첫 출전, 떨리는 마음으로”, “평창올림픽 첫 참가 호주원주민”, “금연클리닉 첫 방문, 올해엔 꼭!”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같은 이유로 잘못된 예문들이다. ‘첫’이 명사 ‘방문’과 ‘참가’를 꾸미는 것처럼 보이나 문맥상 ‘방문’과 ‘참가’는 ‘-해(-한)’가 생략된 동사로 사용됐다. “올림픽에 첫 출전해 떨리는 마음으로”, “평창올림픽 첫 참가한 호주원주민”, “금연클리닉 첫 방문했는데 올해엔 꼭!” 이처럼 더 들여다본다면 예문들 모두, ‘첫’을 ‘처음’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