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멸친/ 대의를 위해서는 친자식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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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멸친/ 대의를 위해서는 친자식마저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8.02.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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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 대 大 옳을 의 義 멸할 멸 滅 친할, 육친 친 親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71

중국의 한 매체가 얼마 전에 보도한 미담이다.
진(陳)씨 성을 가진 한 청년이 한 밤중에 차를 몰고 가다가 그만 다른 사람의 아들을 숨지게 하였다. 진 씨와 그의 부모만이 아는 사실로 덮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부(公安部, 경찰청) 고위간부인 그의 아버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를 극구 숨기려는 아내를 뿌리치고 대의멸친(大義滅親)의 정신을 좇아 아들을 공안(경찰서)에 데려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였다. 
“남의 아들이지만 그의 부모는 얼마나 슬프겠는가! 우리 아들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며, 우리에겐 그의 부모도 돌봐주어야 할 의무도 있다.”

좌구명(左丘明)의《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온다. … 군자왈, 석작순신야악주우, 이후여언, 대의멸친, 기시지위호(君子曰, 石碏純臣也惡州旴, 而厚與焉, 大義滅親, 其是之謂乎) : 왕이 말하기를, ‘석작은 성실한 신하로서 국가대의를 위해 악한 주우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 석후도 죽였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위(衛)나라의 주우(州吁)가 이복형제인 환공(桓公)을 죽이고 제 스스로 왕이 되었다. 왕이 된 주우는 제 멋대로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 보내므로 백성들의 원성과 불만이 커졌다. 주우는 자기의 왕위가 흔들릴 것이 두려워 그의 심복인 석후(石厚)를 불러 어찌해야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물었다. 석후가 걱정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제 부친이 덕망이 높으시니 좋은 대책을 내 주실 것입니다.” 당시 석후의 부친 석작은 본래 환공의 중신이었으므로 주우의 찬탈행위에 대하여 불만을 갖고 이미 옛 고향으로 내려 가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히려 자기의 아들이 찾아와 주우의 왕위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물어오므로 마음속으로 한 가지 계책을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하의 종실인 주 천자(周 天子)를 배알하여 윤허를 받는 게 좋겠구나.” / “어찌해야 천자를 배알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 “지금 진(陳)나라 왕이 천자와 각별한 관계이고, 마침 진과 우리와 사이도 좋으니 주우가 진왕을 만나 천자를 배알할 수 있게 부탁하라고 해라.”
석후가 부친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주우와 함께 진나라로 떠났다. 한편, 석작은 곧 진나라 왕에게 밀서 한통을 보내었다.
“위나라에 불행하게도 왕을 죽이는 도적이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미 늙어 도적을 잡을 어떤 힘도 없으니 진나라 왕께서 정의와 대의를 위하고 위나라 장래를 위해 이 난신적자들을 죽여주시기 바랍니다.”
주우와 석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진나라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진나라 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을 붙잡아 가두고 곧 위나라로 사람을 보내 처단하라고 전하였다. 위나라가 곧 무장을 보내 우선 주우를 죽였다. 이어서 석후를 죽여야 했으나 실권을 쥐게 된 석작의 아들이므로 모두들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석작이 오히려 측근을 진나라로 보내 자신의 아들 석후도 죽이게 했다. 국가 대의를 위해 부자간의 사적인 정을 희생한 것이다.

이 성어는 ‘대의를 위해서는 친족도 멸한다’는 뜻으로, ‘국가나 사회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형제의 정도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후에 정의와 정당한 도리를 위해 법에 따라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하며 개인적인 정에 이끌려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데 사용하게 되었다.
관련 성어로《예기제3단궁(禮記第三檀弓)》에 고식양간(姑息養奸)이 있다. 증자(曾子)가 늙어죽게 될 즈음에 밑에서 일하는 아이가 너무 버릇이 없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나친 관용은 나쁜 사람과 나쁜 일을 키우게 된다. 악인이 나쁜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어 후환을 남기다. 지나치게 너그러우면 나쁜 버릇만 키운다’는 등 뜻을 갖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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