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안곡 출신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신석정 시인은 매창과 더불어 부안이 낳은 시인 중에 한분이시다. 신석정 시인은 평생 부안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지키면서 목가적인 시를 쓰신 분으로 유명한 분이다. 나는 그 많은 시중에서 <들길에 서서>를 자주 암송하면서 이 시속에 들어있는 “뼈에 사무치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라는 이 말을 많이 되 뇌이며 살아왔다. 흔들리다가 바로 서는 것이 어찌 풀잎이고 나무뿐 이랴만 많은 사람들이 흔들리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다 낙천적인 희망 속에 고단한 생활을 다시 세우는 그 의지의 중심에는 “좋다”라는 말이 들어있어 되 뇌이곤 했다. 슬퍼도 좋다. 그래! 살아보자! 아름답게 사는 것과 잘사는 것은 똑같지 않는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그래 “좋다”로 거룩한 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새롭게 오는 내일을 우리 모두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