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로봇개(26)/ “돈과 힘을 가지고도 안 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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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26)/ “돈과 힘을 가지고도 안 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사랑이야”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02.28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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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로봇개 스카이(Sky)’ 26화

밖에서 스카이가 막고 있는 동안, 방안에 들어선 맹자는 헤드랜턴을 켜고 이리저리 방을 둘러보았다.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전부 병든 개들이었다. 방 한구석에는 긴 원통 유리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그 안에 죽은 개들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드러내놓은 채 액체에 담겨 있었다. 이곳은 실험실? 맹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 시추 복슬이가 앵무새 집 같은 사각 철창에 갇혀 선반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 상처도 그대로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지만, 두 시추 강아지를 향해 힘껏 짖었다. 맹자는 철창 고리를 풀어 엄마 시추를 꺼냈다. 복슬이를 안고 문으로 뛰었다. 그때 스카이를 집어 들고 문 안으로 들어오는 홀쭉이 조수와 부딪치고 말았다. 홀쭉이 조수도 뒤로 자빠지고, 맹자도 넘어지면서 엄마 시추를 놓치고 말았다. 홀쭉이 조수는 맹자를 잡으려고 손을 뻗치며 일어났다. 그때 엄마 시추 복슬이가 홀쭉이 조수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힘껏 물었다. 죽을힘을 다해 물고 늘어졌다. 홀쭉이 조수는 한쪽 다리를 들고 깡깡이를 뛰었다.
“놔! 이놈의 개야.”
화간 난 홀쭉이 조수는 다른 발로 엄마 시추를 차 버렸다. 엄마 시추는 맞은편 벽에 부딪혔다. 맹자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할 말을 잃었다. 두 시추 강아지가 엄마 시추에게 달려들어 매달렸다. 움직임이 없었다. 홀쭉이 조수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맹자에게 손을 뻗어왔다.
맹자는 재빨리 홀쭉이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사무실 입구로 달렸다. 그런데 출입문 앞을 누가 가로막고 서 있었다. 뚱뚱보 소장이었다. 일그러진 얼굴 하고서…. 맹자는 앞뒤로 갇혔다. 두 시추 강아지는 홀쭉이 조수에게 달려들어 맹렬히 싸웠다. 빠져나갈 구멍은 오직 한 곳. 뒷문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맹자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뒷문 출입구를 향해 뛰었다.
뒷문 밖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개 우리. 역시 뛰어봤자 벼룩이고 우물 안에 든 개구리였다. 우리 안의 개들이 밖으로 나온 스파이더맨을 보고 짖었다. 기둥에 매여 있는 불도그까지. 개 목줄이 팽팽했다. 뚱뚱보 소장이 뒷문을 열어젖히고 나왔다. 맹자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복도의 불빛을 실루엣처럼 받으며 뚱뚱보 소장이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짠짠짠! 하고 등장하는 악당 주인공. 스파이더맨 영화 투(Two)에 나오는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몇 개의 족집게를 등에 단 악당. 실루엣 불빛이 번져 나와 꼭 맹자를 집으러 뻗치는 것 같았다.
“웬 꼬마야? 지금 가면놀이 하니? 어서 벗어!”
뚱뚱보 소장이 버럭 소리 질렀다. 맹자는 스파이더맨 가면을 벗었다.
뚱뚱보 소장이 얼굴을 쭉 내밀며 살폈다.
“너, 혹시 그 부자동네 아주머니 아들 아니냐? 떠돌이 개를 실으러 갔을 때, 차 옆에서 훌쩍거리던 애 같은데, 아니야?”
뚱뚱보 소장은 기억력이 좋은지 금방 맹자를 알아봤다.
“맞아요. 그때 아저씨가 말했죠. 떠돌이 개를 데려가면… 치료도 하고, 깨끗하게 씻어서… 새로운 주인에게 잘 입양시켜준다고.”
맹자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뚱뚱보 소장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꼬마야, 설마 그 말을 믿은 건 아니지? 여기 있는 개들은 다 너희 같은 꼬마들이 개를 키우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멋모르고 부모한테 사달라고 했다가, 똥 싸고 오줌 싸고 물건을 찢고 방을 헤집고 다니고, 매일 산책시키는 일도 귀찮으니까 버린 개들이 대부분이야. 알겠니?”
뚱뚱보 소장은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말도 안 돼!”
맹자는 거세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 사랑한다고. 여기도 이름이 사랑유기견보호소야. 사랑하면 잘 돌봐줘야지. 안 그래. 난 부자 동네를 많이 돌아다녀. 그들이 버리는 개들을 주워주려고 말이야. 그 사람들이 돈과 힘을 가지고도 안 되는 게 뭔지 아니? 바로 사랑이야. 그게 좀 어렵거든. 오래 참고, 온유해야 해. 때로는 지저분하고 더럽고 힘든 것을 견디기도 하고 말이야.”
 뚱뚱보 소장은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마치 목사님들이 설교하듯이 흥얼거리며 말했다. 맹자 집 거실 벽에 걸린 가훈 1장 1절을 알고 있는 듯이 읊었다.
“아니야! 아니야! 잘 돌봐줬단 말이야. 적어도 아저씨처럼 굶기지는 않아.”
맹자는 과거에 시추를 키웠던 기억들이 떠오르자 울꺽 눈물이 쏟아졌다.
<2주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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