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사꾼이 바라본 가상화폐 논란
상태바
[기고] 농사꾼이 바라본 가상화폐 논란
  • 김효진 이장
  • 승인 2018.02.28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효진 풍산두지마을 이장

지난 연말부터 비트코인 가상화폐 문제로 언론 지면이 뜨거웠다. 다른 이슈와 달리 깊숙이 들여다볼 마음은 좀체 생기지 않았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용어도 생소할 뿐 아니라 거래되는 구조가 쉽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정치권에까지 불똥이 튀며 정부 규제 논란과 함께 사회문제화 되는 걸 보면서, 문득 90년대 초 다단계 판매로 사회가 홍역을 앓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름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살던 선배조차 그 일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주변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던 적이 있었다.
예전 다단계 판매를 하던 사람들은 중간 마진 없는 ‘유통혁명’이라는 판매방식을 명분삼아 사람관계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번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 핵심이라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앞세워 도박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는 셈이다. 농사짓는 촌부로서는 당최 뜬구름 잡는 얘기다.
십팔년 전 순창에 농사지으러 막 내려왔을 때다. 농민회 술자리에서 한 선배와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을 화두삼아 얘기하다가, 농민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반대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 하는가 따져보다 불쑥 물어왔다.
“나락농사 지을거제? 씨나락 한 알이 가실에 몇 배로 뻥튀기 되는지 아는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답을 구하기 위해 호기심을 발동했다. 물론 답은 틀렸다. 100배 이상 가까이 된단다.
100배의 가치!
자본이 노동력을 구매하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낸다는 경제이론도 사실, 자연과 투쟁하며 때론 순응하며 가치를 창조해내는 농사에 액면 그대로 적용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교감하며 생명을 움틔우는 농사를 어찌 일면의 도구(이론)로 재단할 수 있을까 말이다. 하지만 노동만이 가치를 창출한다는 믿음만큼은 농촌현장에서는 너무도 지극한 이치 아니던가.
세상의 모든 가치를 사람들이 얼마나 공평하게 나눠 갖고 살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주변에 주식을 투자해서 얼마를 벌고 잃었다는 얘기를 듣노라면, 최근처럼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해 모든 걸 잃었다는 얘기를 듣노라면, 번 만큼의 공백은 누가 피땀으로 메워 주며, 또 잃은 만큼의 공백은 누가 공것으로 챙기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상은 노동의 가치가 무시되는 세상이다. 기회를 틈타 이익을 보려하는 투기꾼들은 마치 시간과 정성을 쏟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 마냥 투자자로 위장하지만, 농사짓는 사람들 눈에는 어렵지 않게 분별이 가능하다.
곧 본격적인 농사철이 닥쳐온다. 밭에 거름 내고, 논갈이 하며 손과 발이 분주해질 게다.
가을 추수철이 지나면 ‘이제 농사 그만 지어야제’ 하시는 마을 어르신들도 모판에 씨나락 담아내는 봄철이 되면, 올해 한 해만 더 해보시겠다며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가을 공판 때 앙상하게 손에 쥐어보는 나락금은 별 볼일 없어 낙심하다가도, 씨 뿌리는 봄날에는 서너 포기의 어린모를 보며 가을날 한 움큼씩 새끼 쳐서 치렁댈 나락 이삭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꼼수 부리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농사꾼의 마음이 그렇다. 몸이 노동을 허락하는 한, 시간과 정성을 다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