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중ㆍ고 “학생이 말하고 교사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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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중ㆍ고 “학생이 말하고 교사는 듣는다”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8.03.14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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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3년 … 올해 재지정 돼 ‘수업혁신’ 탄력 / 교사들, ‘탐구공동체수업’ㆍ‘거꾸로수업’ 등 시도 / 중장비ㆍ미용ㆍ드론ㆍ3디프린터 … 이색 진로교육

매화 꽃망울이 곧 터질 듯 영글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 친구들과 선생님, 학교생활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동계중ㆍ고등학교(교장 노재환) 입학생들은 벌써 적응 완료다. 올해 동계중 1학년 신입생은 6명이다. 김회운, 양그별, 유민석, 전정민, 정산희, 정세화. 이렇게 여섯이 올해 동계중ㆍ고등학교의 막내로 들어왔다.
동계중ㆍ고등학교는 전교생 37명의 작은 학교다. 순창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동계에도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중ㆍ고등학교 통합학교 가운데 도내 최초로 혁신학교에 지정됐다. 3년이 흐르는 동안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노력으로 동계중ㆍ고는 전주, 남원 등 도시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변하고 있다. 올해 또 혁신학교로 재지정 돼 교사들은 학생 중심 수업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교사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수업은 먼 이야기다. 동계중ㆍ고 교실에서는 교사보다 학생들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지난 6일, 동계중학교 1학년 새내기들을 만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도덕 수업이 한창이던 중학교 1학년 교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붓한 분위기로 토론하는 아이들. “도덕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왜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할까?”, “양보를 하면 왜 행복할까?”, “사람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동물은 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없을까?” 등 6명 모두 3가지씩 18개의 질문을 쏟아내며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 있다.
중학교 교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기애애하고 자유로웠다. 책상도 둥그렇게 서로를 마주보게 앉았다. 교탁 앞에 서 있는 선생님과 그 앞으로 빼곡하게 학생들이 앞을 보고 앉아 있는 게 여느 학교들과 다르게 독특했다. 교사는 말하는 시간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많았다. 주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질문하고 서로의 의견을 묻고 답하는 수업 같지 않은 수업이 금방 지나갔다.
성격도 생김새도 꿈도 다른 아이들이라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육남매가 모인 것 같은 느낌이다. 유쾌한 아이들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났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 어떤지 묻자 미리 짠 듯이 “좋아요!”라고 외쳤다. “밥이 맛있어요!”, “다른 중학교들은 체험 같은 활동을 잘 못하고 공부만 하는데 여기서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고요, 공부도 활동적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자격증도 많이 딸 수 있어요!”, “중학교는 과목별로 선생님이 따로따로 있어서 담임 선생님 외에 다른 선생님들은 우리한테 관심이 많이 없는데 우리 학교는 학생이 적어서 이름도 다 알고 관심도 많이 가져주세요”, “선배들이 군기 잡는 것이 없어요! 다른 학교에서는 막 존댓말 쓰고 엄청 무섭다는데 우리 학교 형들은 친근하게 잘 해주고요, 누나들은 엄청 예뻐요!”라며 학교 자랑이 술술 나왔다.
안 좋은 점도 있단다. “우리 학교는 운동장이 안 좋아요. 학생 수가 많으면 축구도 하고 운동장에서 뛰면서 놀 텐데 그러지 못해서 넘어지면 아플 것 같이 운동장이 안 좋다니까요”, “초등학교 때보다 수업시간이 길어져서 좀 힘들어요. 체력적으로요”, “신입생 비전캠프를 갔는데요, 금산사 템플스테이(산사체험)를 했는데 아침에 5시 반에 깨워서 절 시키고요, 핸드폰도 못 쓰고 옷도 촌스럽고 밥도 채소밖에 없었어요! 음, 재밌는데 별로였던 경험이었어요!”라며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여럿이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귀를 기울였다.
올해 목표에 대해서는 ‘선배들하고 잘 지내는 것’, ‘키 크는 것’ 등을 말한 학생들 가운데 차분히 말을 꺼낸 양그별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 서울대에 가거나 서울대는 못가더라도 좋은 대학 의대를 가고 싶다. 사람의 몸을 설명해 놓은 신체 표본책 같은 것도 빌려다가 보고 티브이(TV) 프로그램도 보는데 아쉬운 점이 티브이에는 수술하는 장면 같은 게 모자이크로 나오거나 자세히 안 보여준다. 다 보여주면 좋겠는데…”라며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쾌한 수업을 마치고 양경자 교사(학교혁신부장)는 “오늘 보셨듯이 철학적 탐구공동체 수업을 한다. 질문을 교사가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낸다”면서 “교사들마다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는 이런 점들이 장점이다. 특히 요즘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많이 평가하는데 교사가 교과 특이사항을 쓴다. 30명이 넘는 학급은 아이들 한 명 한 명 쓰기가 어려워 어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직접 쓰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수업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학교는 활동수업을 하며 아이들마다 어떻게 생각이 커가는 지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교사는 “고등학교에서 하는 진로교육을 중학교도 같이 하니까 다양한 자격증 준비를 할 수 있다. 다양한 것들이 많은데 안 알려져 있어서 안타까웠는데 입소문을 타고 전학을 많이 오고 있다. 운동장이 방치되는 것이 아쉽다. 축구를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학교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지역 주민이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다행인 건 동계면민들이 이제 우리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고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한 반에 12명 정도만 되면 좋겠다.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3년 전 혁신학교 지정이 되기 전에는 심지어 동계면 아이들도 우리 학교에 오지 않고 순창의 학교로 진학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부 우리 학교로 왔다. 중장비ㆍ헤어미용ㆍ요리사ㆍ드론ㆍ쓰리디(3D)프린터 등 다양한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도록 진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학교를 자랑한 고유곤 교감은 “소문을 듣고 전주나 광주 이런 도시 학생들이 전학을 오는데 오히려 순창에서는 우리 학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학생들이 도시로 가지 않고 우리 학교로 와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얼굴이 봄 햇살을 받고 빛나고 있었다. 1학년 새내기들을 취재하고 사진 찍는다는 소식에 선배들이 따라 나와 새내기들을 웃게 했다. 교무실에서는 오늘 전학 온 학생과 학부모가 상담 중이었다. 전학을 결심한 이유가 참신했다. 청소년 상담을 하고 있다는 그 학부모는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진실이라며 상담 오는 학생들 가운데 동계중ㆍ고 학생들이 ‘학교가 좋다’고 해서 전학을 결심했단다. 이런 학부모, 학생들이 더 많아져서 내년에는 동계중ㆍ고 운동장에서 축구경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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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2018-05-14 10:56:11
활기찬 모습이 보기 참 좋군요. 아이들이 모두 영리해보여서 수업시간이 남다르게 보이네요. 앞으로 사회에 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세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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