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왜 우리는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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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왜 우리는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03.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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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 천주희 저

지난해 여름, 광주경실련과 청년유니온 단체가 천주희 작가를 초청해 ‘청년부채’에 대한 토크콘서트를 연다는 보도를 보았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원 빚을 진 채 취준생의 삶을 기약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슬프고 억울한 이야기. 저자는 이 책 서문에서 “학생 부채는 단순히 개인이 가난해서, 집이 가난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난 또한 내가 빚을 져서 생긴 것도 아니고, 내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생긴 것도 아니다. 한국사회는 20~30대들에게 ‘대학밖에는 길이 없다’고 강요하고,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지시하기 때문에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한다고 믿는다. ‘대학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는 학교, 부모, 주변 사람들. 대학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라고는 대학밖에 모르는 이 사회가 청년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대학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빚을 지게 하는 것이 문제다”고 적었다.
실제 대학 학자금 채무자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청년 빚쟁이들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한국 사회를 '학생-채무자'를 양산하는 '신학력주의 사회'로 진단하며, 가난해서 빚을 지는 것이 아니고, 대학을 강요하고 빚지기를 강권하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 입학으로 시작된 독립과 서울 살이, 대학등록금과 높은 생활비를 벌기위해 안 해본 일 없이 열심히 일하며 학업을 병행해 입학한 지 10년 만에 석사과정을 마친 저자가 경험한 도시 생활자의 빈곤과 학생 채무자로서의 시선과 생각이 이 책에 녹아있다. 이 책은 지금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청년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고민하고 있는 기성세대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2000년 이후 대학 진학률은 70~80%에 이른다. 소위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학자금 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사상 최악의 실업률 속에서 거대한 빚더미에 내몰린 청년 부채세대가 탄생했다.
한국사회는 공부를 하면 다양한 ‘성장’으로 환원되었던 고성장의 시대가 아니다. 공부할수록,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반비례 시대’다.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채무 수천만원을 지고 사회에 나온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높은 실업률과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명세서, 매월 날아오는 학자금 대출 연체통지서와 추심 전화다. 학자금 채무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일상을 옭아매고, 청년들의 삶은 단절되고 미뤄지며 위축된다. 이 책은 취직이 안 돼서 졸업을 유예하고,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유예하고, 빚을 갚기 위해 연애와 결혼을 유예하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청년들의 심리적 관계망을 파헤친다. 개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과 생존에 대한 위협은 ‘가족’과 ‘개인’을 넘어 상상하는 데 장애가 되고, 어른아이(어른이)로 살아가는 세계는 성장이 멈춰 버린 사회다고 혹평한다.
저자는 ‘빚 지지 않고 공부할 권리’를 제안하며, 대학 교육의 전환을 주장한다. 교육의 공공성을 되돌리고, 사회적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 교육의 무상화를 제안한다. 저자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것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자며 사회가 대학(원)생과 청년 세대에게 사회적 배당금이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저성장 사회에서 계약직 저임금 일자리만 늘릴 것이 아니라, 각자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사회적 노력을 통해 비관을 낙관으로 바꾸고, 부채를 강요하는 사회를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한국사회는 부모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며 빚을 지고, 대학생 자녀는 졸업장을 손에 쥐기 위해 또 빚을 진다. 저자는 이 책 마지막 장에서 외친다. “대학? 가고 싶으면 가자! 일단 대출 받고, 상환 거부를 하던 학비를 내려 달라고 투쟁을 하든. 공부라도 실컷 해 보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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