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6) 신흠의 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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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6) 신흠의 야언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8.04.04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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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 조경훈 시인 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신흠(申欽)의 야언(野言)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어쩌면 세상 만물은 가락 속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은 사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물은 강물대로, 산은 산대로 그들이 지닌 가락으로 수천 년을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의 가락은 예스러움에 그 멋이 더해 그 가락을 스스로 만들어 즐기며 산다. 옛날부터 선비들은 시, 서, 화를 넘어 악(樂)을 즐겼으니 그것이 악기 중에 하나인 가야금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판 위에 열두 줄을 걸어놓고 튕겨서 묵직한 남성의 소리를 냈다. 그 소리의 낭낭한 흔들림은 마치 추사체의 글씨를 보는 듯 가락 속에서 빼어내어 만날 수 있었으니 그 소리가 천년을 지난 오늘까지도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가락이다. 모두 다 자기의 이상을 향해 살아가는 멋스러움이 있다. 그것이 곧 자기만의 가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정신과 뜻을 이상향에 두고 사는 시인이나 화가는 항상 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2월 눈발 속에서 피워낸 매화를 사랑했을 것이고, 그 향기마저 아직 추운 겨울에 있으니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인과 화가는 부정한 일은 생각할 수도 없으며 계속 가난 속에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웬일인가, 가르침 하나가 곁에 와 동행한다.
즉, 궁(窮) 변(變) 통(通) 구(九),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주역에서의 가르침이다. 하니 신흠의 야언, 시가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사람은 예술가들이다. 그래서 나는 내 가락을 항상 지니기 위해서 위 시를 암송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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