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비행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비행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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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비행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비행이야기 (9)
  • 설상원 목사
  • 승인 2018.04.26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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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원 적성교회 목사
비행(飛行) 청소년들의 아름다운 비행(flight) 이야기 - 아홉
"여행은 새로운 만남이다”

 

10박 11일간의 모든 비전 트립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저녁식탁을 준비하는 중이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예수의 십자가 사건 바로 직전에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다고 한다. 인솔교사들은 오늘 여행의 일정을 정리하면서 비전 트립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만찬(?)으로 준비하고 있다.
인솔교사들을 도와서 고3 수능을 마치고 여행에 참여한 민영이와 상은이가 최고의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찜통을 열고 보니 와~ 킹크랩과 랍스타가 만찬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들의 꽉 찬 속살을 내어주었다.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짧은 식사기도를 마치고 각자 앞에 놓인 빨간 접시에 푸짐한 랍스타와 킹크랩이 전달되었다. 집주인 되는 친절한 권사님은 진짜 쇠망치까지 허락해주셨다. 우리는 쇠망치로 킹크랩의 딱딱한 껍질을 제거한 후 꽉 찬 속살을 입속에 넣으며 감탄과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삼겹살을 구워 상추와 깻잎을 얹고 그 위에 마늘과 고추, 그리고 쌈장을 발라 가득 한 입을 씹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행복한 밥상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 그리고 여전히 중고등학생의 삶을 살아가는 녀석들의 환호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기쁘고 감사할 뿐이다.
우리들 최고의 만찬은 기-승-전-라면으로 하기로 했다. 각자의 접시에서 킹크랩의 다리 하나씩을 뜯어내서 전체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우리는 아주 열심히 킹크랩과 랍스터를 입속에 넣으며 입속에서 식감의 대잔치가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입안에서는 그렇게 대잔치가 열렸다. 우리가 망치를 들고 랍스터와 싸움을 어느 정도 마칠 무렵 드디어 랍스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난 라면이 완성되었다. 엘에이(LA)의 높은 언덕에서 쏟아지는 별빛 속에 맛보는 라면의 맛은 표현하기 어려운 아주 훌륭한 맛이다.
이제는 새벽에 공항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열흘 동안 풀어놓은 커다란 가방을 다시 붙들어 맬 시간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준비한 크고 작은 사랑의 선물들이 가방 안으로 자리를 차지하며 들어간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자신을 위해 고민하다 구입한 선물들이 더욱 빛을 발하며 가방 저 깊숙이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챙기고, 여권을 챙기고 나니 자정이 다가 오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넓은 거실에 둘러 앉아 출발 준비 겸 모든 일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에게 비전 트립이란?’이란 주제로 각자의 소감을 나누기로 했다. 나에게 비전 트립이란? “상처를 치유하는 마데카솔이다!”, “인생의 길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다!”, “랍스터와 같은 속이 꽉 찬 경험이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다!”, “나와 이웃, 세상을 보는 거울이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등 다양한 고백을 나눴다. 청소년들의 이 고백이 계속 새로운 고백으로 연결되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는 자정까지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새벽 4시쯤 일어나서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다. 열흘간 1, 2층의 고급 저택을 내주고 사랑으로 돌봐주신 주인과 아쉬운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엘에이(LA)공항으로 향했다. 그동안 함께 달렸던 승합차 2대를 반납하고, 각자 캐리어를 들고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1시간 정도 날아왔다. 약 2시간 여유가 있어서 공항구경과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누가 여행은 만남이라고 했던가? 필자는 공항에서 대학원 스승이셨고, 유명한 강연자이신 정태기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 내외분을 만났다. 정 총장 내외는 기쁨으로 청소년들의 미국 여행을 격려하고 축복해주셨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며 강연 기회가 있을 때 꼭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탑승이다. 우리들의 자리는 비행기의 거의 끝부분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자리에 도착하니 학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목사님, 우리 옆자리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이 탔어요!” 나는 그중에 모르간 스킬드(Morgan Schild)라는 여자선수에게 깍두기영어(?)로 우리를 설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사인도 받고 싶다고 했더니 기쁨으로 허락해주었다. 마지막까지 새로운 만남은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힘차게 달려왔다. 익숙한 한국어 안내방송에 눈을 떠보니 한국에 무사히 착륙했다. 넣어두었던 겨울 외투를 꺼내 입으니 한국 겨울 날씨가 실감난다. 예약한 버스로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순창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기쁨과 웃음의 이야기보따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샤를 페팽은 그의 책에서 “실패는 전리품이다. 때로는 그 전리품이 진짜 보물이 되기도 한다. 보물을 발견하려면 삶 속에서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리고 보물(실패)의 값어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 경험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비전 트립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열매와 실패의 전리품을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는 멋진 청소년들이 되길 바라며, 나는 마음속으로 또 주문을 외우며 마술을 걸어본다. “얘들아! 또 준비할게~, 다음에 또 함께 여행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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