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모,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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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모, 자식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8.08.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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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시

2018년이다. 어머님께서 1928년생이시니 올해로 만 90세, 우리 나이로 아흔 한 살이시다. 모진 세월과 인생길 험로를 가족과 자식들을 지키느라 견뎌 오신 모습이 깊고 주름진 얼굴에 가득하시다. 오늘 아침도 태풍으로 빗길에 차 조심하라는 당부를 몇 번이나 하신다. 자신 혼자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셔서 요양원에 계시면서도 말이다.어느 책에서 아들 (子) 자의 삐침 획 끝을 낚싯바늘로 묘사하고 “자식은 낚시 바늘, 평생 부모 목에 걸린”이라 덧붙인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자식은 부모 목에 걸린 가시”와 마찬가지로 깊이 공감이 가는 표현이었다. 환갑, 진갑 다 지난 나이에 이르렀지만 나 역시 여전히 부모 목에 걸린 낚싯바늘이요, 가시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구순을 넘긴 노모가 이순이 넘은 아들 걱정을 하고 계시니 내가 어머니 목에 걸린 낚싯바늘이요 가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는 게 변변치 못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늘 어머님께 걱정이나 안겨드리는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다.
고령에 아직은 건강하신 어머님이 계셔서 늘 고마운데, 내게는 훌륭한 두 아들까지 있어 과분한 복이라 여기고 있다. 반듯하게 자라 저들 삶을 훌륭히 살고는 있으나 역시 내 목에 걸린 낚싯바늘이요 가시 같은 존재들이기는 마찬가지다. 큰 아들은 이미 몇 년 전 제 그늘을 가졌고 아들과 딸을 얻어 그럭저럭 살고 있다. 덕분에 나는 할아버지가 되어 가끔 손자 손녀 재롱 보는 즐거움을 누리며 산다. 사실 아들 둘 키울 때는 여러모로 살기가 팍팍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살가운 정을 쏟지 못해 미안함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구나 아이들이 어렸을 적 내 잘못으로 인해 결핍한 시간을 안겨주기도 했던 터라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하여 아들에게 다하지 못한 정을 손자 손녀에게 마음껏 쏟으려 한다.
작은 아들은 수만 리 먼 타국에서 지내고 있어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이 녀석은 외국에서 제 앞길을 새로 열겠다며 몇 년 전 독일로 훌쩍 떠나버렸다. 부모 곁을 떠나 피붙이 하나 없는 이국에서 직장을 찾겠다는데도 도저히 주저앉힐 수가 없었다. 아비로서 아무것도 도와줄 게 없었고, 그렇게 가슴 아프게 떠나보냈고 늘 안위가 걱정스러운데 고맙게도 현지 기업에 합격하였고 근무를 시작해 시름을 덜어주었다. 도전정신이 강하고 외국인들과의 교류 폭이 커서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잘 극복하며 씩씩하게 지낼 것이다. 요즘은 통신 여건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에 국제통화료 한 푼 안 들이고 SNS 계정을 통해 날마다 문자나 무료 통화로 안부를 확인할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렇긴 해도 자식이 먼 이국땅에 홀로 가 있는데 어찌 내 마음이 편할 것인가? 아픈 곳은 없는지, 동양인이라고 함부로 대하지는 않는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어머니에게 내가 늘 그렇듯 내 아들 역시 내 목에 걸린 낚싯바늘이요 가시 같은 존재이므로 늘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 것이리라. 하지만 내 목에 걸린 낚싯바늘과 가시는 이제 나를 거의 찌르지 않는다. 자신의 자리에서 저들 삶을 훌륭히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질없는 걱정을 쌓을 게 아니라 그들 삶을 응원하고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것이 아비로서 취할 최선의 역할이겠구나, 여기고 있다. 그들이 날카롭지 않은 낚싯바늘이요 가시로 내 목에 걸려 있음을 항상 고마워하면서 말이다. 세상 모든 부모, 자식이 이와 같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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