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안곡 출신
하서 김인후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도 절로 절로
산 절로 물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여라
우리 인간은 자연속에 한 산물로 나와서 그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그 원류는 우주의 순환에 있으니 세상 만물은 고정된 것이 없고, 모두 변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노래한 것이 이 시다. 이 시 속에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절로 절로가 9번 나오는데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권유이기도 하다.
마지막 종장에서 ‘이 중에 절로 자란 몸이 / 늙기도 절로 하여라’ 했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말을 김인후 선생은 지금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라고 대답한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자연을 대상으로 쓴 많은 시중에서 가장 핵심을 찌른 화살 같은 시다.
※ 이 시는 하서 김인후 <하서전집> 자연가에 들어있는 시다. <해동가요>에 송시열의 작품으로 되어 있어 작자를 송시열로 보는 이도 있으나, 김인후(1510-1560)는 송시열(1607-0689)보다 97년이나 앞선 분으로 자연가에 들어있는 한시를 시조로 옮겨 오늘에 전해지고 있으니 작자를 김인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서 김인후는 장성출신으로 조선 중종, 명종때 명종의 사부를 지낸 동방18현 중 한분으로 도학ㆍ절의ㆍ문장ㆍ사공을 겸비한 조선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다. 명종 직위 후 을사사화 등 정치적 소요 기미가 보이자 1548년 홀연히 조정을 떠나 순창 쌍치 점안촌으로 내려와 훈몽재를 세우고 강학활동을 하신 분으로 순창과는 인연이 깊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