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70)/ “폭우로 급속히 강물이 붇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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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70)/ “폭우로 급속히 강물이 붇기 시작했습니다”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8.09.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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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불기/붇기 … 가능한/가능한 한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를 기록했다. 사나운 날씨에 다음과 같은 기상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갑자기 강물이 불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동네 전체가 물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될 때는 산사태 위험지역, 축대 붕괴 위험지역, 저지대 주민들은 가능한 빨리 대피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얼핏 두 예문이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다. “갑자기 강물이 ‘불기’ 시작하더니”는 “갑자기 강물이 ‘붇기’ 시작하더니”로 고쳐야 하고 두 번째 예문의 “주민들은 ‘가능한’ 빨리 대피하시는 것이”를 “주민들은 ‘가능한 한’ 빨리 대피하시는 것이”와 같이 써야 옳다.
‘붇다’는 자음 어미 앞에서는 ‘붇-’이지만 모음 어미 앞에서는 ‘불-’로 형태가 바뀌는 ‘ㄷ’ 불규칙 동사다. ‘강물이 불어서, 강물이 불으면, 강물이 불으니’처럼 ‘ㄷ’이 ‘ㄹ’로 바뀌는 것은 모음 어미 앞에 나타날 경우이다. 혹 ‘체중이 불면, 국수가 불면’으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 또한 잘못이다. ‘체중이 불으면’, ‘국수가 불으면’이 옳은 표현이다.
‘붇다’는 ‘싣다’와 비교해 보면 혼동을 피할 수 있다. ‘짐을 실으면’, ‘짐을 싣기 시작했다’는 ‘짐을 실면’, ‘짐을 실기 시작했다’와 같이 잘못 쓰는 일이 없으므로 둘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쉽게 혼동을 피할 수 있다.
둘째 예문의 ‘가능한’과 ‘가능한 한’의 차이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가능한’은 형용사 ‘가능하다’의 관형사형으로 뒤에 명사나 의존 명사가 온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가능한 경우(명사)’나 ‘가능한 것(의존명사)’ 등으로 써야 한다.
반면에 ‘가능한 한’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또는 ‘가능한 조건하에서’를 의미하는 ‘부사구’다. 따라서 그 뒤에는 '가능한 한'이 꾸밀 수 있는 부사어나 동작을 나타내는 말이 따라와야 한다. 그런데 ‘가능한 한’으로 써야 할 것을 맨 뒤의 ‘한’을 생략하는 경우가 눈에 자주 띈다.
“가능한 빨리 출발해야 한다”와 같은 문장에서는 ‘가능한’의 꾸밈을 받는 명사가 없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가능한’ 뒤에 ‘한‘(조건을 나타내는 명사)을 넣어 “가능한 한 빨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라고 해야 바른 문장이다.
“한 시간이 넘도록 양동이로 퍼붓듯 내리고 있는 폭우로 급속히 강물이 ‘붇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체제에 들어간 관계당국은 저지대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예상되는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능한 한’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데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 붓기로 했습니다.” 제시한 위 예문을 살펴보며, 가능한 한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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