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걷기 좋은 강천산 여행
상태바
가을, 걷기 좋은 강천산 여행
  • 서보연 기자
  • 승인 2018.09.06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물 가득한 대한민국 1호 군립공원

▲햇빛 받은 병풍폭포가 만든 무지개.
아침 5시 50분. 붙어버린 눈꺼풀을 힘겹게 뗀다. 6시에 오기로 한 친구가 5시 56분부터 문을 두드린다. 떼인 돈 받으러 온 사람처럼 세차게 문을 두드린다. 옆집 사람이 깰까 후다닥 일어나 집 앞 주차된 친구 차를 탔다. 아직 붓기 빠지지 않아 퉁퉁 부은 눈과 얼굴을 비비며 우리는 순창의 자랑, 대한민국 1호 군립공원 강천산으로 간다.
강천산 가는 길은 아름답다. 도로 양쪽에서 손을 잡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우리가 우리 삶 속의 영화 주인공인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순창군민이라 좋은 것 중 하나는 강천산 입장료가 무료라는 것. 가벼운 마음으로 매표소를 통과한다. 일반 입장료는 3000원이다.
이른 시간 강천산은 고요하고 편안하다. 숨을 깊이 쉬어본다. 평소에는 숨을 깊게 쉬지 않게 된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깊은 숨쉬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는 숨쉬기 운동을 한다’라고 말하는 건가 보다. 숨을 깊이 들이 마시고 잠시 숨을 참았다가 다시 내뱉는다. 맑은 강천산 공기 그리고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가 몸속으로 들어와 새 힘을 불어 넣어준다.
 
▲푸른단풍과 나무다리 옆 분홍 백일홍.

강천산은 가을만 아름답다?
아니다. 강천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아름답다. 땅에서 올라온 푸릇푸릇한 새싹과 단단한 나무를 뚫고 나온 여린 잎사귀의 생명력과 싱싱함이 있는 봄 강천산. 짙은 녹음과 시원한 물이 흐르고 매미소리가 정겨운 여름 강천산. 울긋불긋 빨강 주황 노랑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강천산. 새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 겨울왕국으로 변하는 겨울 강천산. 봄여름 가을 겨울 강천산이 정말 다 아름답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슬픈 상사화.

8월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에도 불구하고 분홍 상사화가 아름답게 피었는데 9월에는 이미 지고 없다. 태풍 솔릭은 조용히 지나갔는데 그 이후 비가 더 세차게 쏟아진다. 폭염, 가뭄, 태풍, 폭우까지 힘든 여름이 지나고 난 9월이다. 9월 3일 월요일에도 굵은 비가 쏟아진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아 서로 만나지 못한 상사화(相思花). 조금 지나 말 정도 되면 붉은 상사화 꽃 무릇이 다시 피어날 것이다.

▲곧고 길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무지개 뜬 병풍바위와 맨발산책로
강천산에 들어가면 항아리 다리 옆 병풍바위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병풍처럼 펼쳐져서 병풍바위라고 하고 볼록한 등에 목을 쭉 빼고 있는 모습이 거북이를 닮아 거북바위라고도 한다. 병풍바위 위에서 쏟아지는 병풍폭포가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만든다. 무지개를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맨발 산책로가 나타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흙을 밟는다. 촉촉하고 포근한 느낌에 한 번 더 기분이 좋아진다. 발에 있는 혈자리가 자극 돼 온 몸이 건강해진다.
항아리 다리를 지나 조금가면 고추 다리가 있다. 강천산은 다리마다 모양이 있다. 항아리 다리, 고추 다리, 메주 다리, 단풍 다리, 십장생 다리가 있다. 다리에서 순창을 대표하는 장과 장수를 만난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한 몸이 된 연리목.

 고추 다리를 건너서 바로 왼쪽을 보면 사랑나무를 만날 수 있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 몸통이 한 몸이 된 연리목이다. 옛날부터 귀하게 여겨진 연리목은 남녀 간 영원한 사랑, 자녀의 지극한 효성, 친구 간 돈독한 우정을 상징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무를 만지며 소원을 빌고 다시 걷는다.
강천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등산로도 있지만 올라가지 않으면 쭉 길을 따라 이어진 평지로 걸을 수 있다. 가로로 걷는 걸 좋아하지만 세로로 오르는 걸 좋아하진 않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어린이집 아이부터 백세 노인까지 걷기 좋아 가족 모두와 함께 걸을 수 있다. 연인과 함께 걸어도 좋고, 친구와 걸어도 좋고, 혼자 걸어도 좋은 강천산 길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투명하게 맑은 물속에는 물고기가 노다니고 도토리나무 위아래를 다람쥐가 오르내린다. 강천사 앞에 있는 수령 300 년 모과나무도 만나고, 강천산 약수도 마신다. 하늘 위를 쳐다보니 흔들다리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비행기는 잘 타지만 흔들다리를 못 타서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아래 길을 걷는다.
조금 더 걸어가면 삼한시대부터 이 땅을 지킨 아홉 장군이 있는 구장군 폭포가 나온다. 아홉 장군은 전쟁에서 패해 낙심했지만 죽기 전에 한 번 더 싸워보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전쟁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고 한다. 구장군 폭포 앞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맑은 물, 나무들 피톤치드, 시원한 폭포 공기, 맨발에 닿은 흙 그리고 구장군 용기…
강천산은 보물이 가득한 보물산이다.
강천산군립공원 063-650-1672 / 전북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9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