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사짓지 마라’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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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농사짓지 마라’ 하시나요?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8.10.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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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물결이 들판을 물들인지 오래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부끼는 누렇게 익은 곡식들이 따사로운 가을 햇살처럼 포근하다. 가을 비 내린 들판에도 수확하는 농부 손길은 바쁘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봄에 씨 뿌리고 작열하는 여름 햇볕과 싸우며 자식을 돌보듯 쏟은 정성이 가을 풍년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을 들녘은 바라만 봐도 넉넉하다.
가을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여유롭게 한다. 황금물결 넘실거리는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정겹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너머 누렇게 익은 곡식들이 풍성하다. 멀리 논두렁에서 하얗게 빛나는 억새는 가을 운치를 더해 준다.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 타고 자전거 탄 사람들 모습이 절로 한가롭다. 알알이 영근 곡식들은 풍성하고 살가운 가을바람은 여유롭다.
그런데 여전히 가을 들녘 농부들은 바쁘다. 지난여름 독한 더위 속에서 뼛골 빠지게 농사 졌는데 먹고살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가격 좋으면 수확 못미덥고, 많이 거두면 값이 허전하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농업 속성, 농부 운명인가. 농업은 삼시세끼 먹을거리와 직결되는 중요성을 지녔지만, 경쟁력 없는 열악한 산업으로 취급 받는다.
한국에서 농민들은 ‘등외국민’이고, 농촌은 인구ㆍ교육ㆍ산업 전역에서 경쟁력이 없는 소멸지역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농촌은 사람 많은 도시에 치여 어쩌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민들은 초라하고 불행해지고 농촌은 빈약하고 무시당한다. 중앙, 지방정부까지 토건사업 앞세우며 농촌ㆍ농민 살리는 정책은 뒷전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의결된 ‘농민권리선언’에 한국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기권’했다. 국내에서 농촌ㆍ농민을 대하는 태도 그대로 국제사회에서도 어정쩡한 입장이다. 찬성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며 눈치를 본다. ‘농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 하는 일에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이 왜 부담스러울까?
전국 방방곡곡에 스며든 개방농정 폐해는 농업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농촌인구 고령화와 양극화는 농촌 지탱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킨다. 그러나 정부는 선진국 사례를 무시하며 아직도 시설 위주의 간접보조 농정 위주다. 이미 밝혀진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간접지원 농정예산 집행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직불금 정책은 농민들에게 “국가와 정부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고마움과 신뢰감을 준다. 농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사회 규범과 질서 준수, 농민 협동과 국민 연대 합의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직불금은 신뢰, 협동, 연대, 규범, 체제 등 사회적 자본이 넘쳐나는 민주적 시민사회, 법치공화국의 원동력이 된다.
지금 농촌에서 논ㆍ밭 직불금에 이어 농민수당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2016년 총선 때부터 제기한 농민수당 논의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상당수 후보들의 농업분야 공약이 되었다. 전남 강진ㆍ해남에서는 선거 때 약속을 지켜 농민수당을 시행했고, 이외 여러 지역에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농촌지역 자치단체는 기본소득 개념의 농민수당을 도입하여 농촌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농촌사회를 지탱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농민과 농민단체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농민수당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유럽에 비하면 더 많은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 쇠퇴하는 농촌, 심화되는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이다.
독일 등 유럽연합의 농정 핵심 기조는 ‘돈 버는 농업’보다 ‘사람 사는 농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업ㆍ농촌의 숙제는 농업경제학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사람 사는 농촌’을 위한 농촌사회학, 사회복지학의 해법이 더 유용하다는 것이다.
독일 농부들은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준다. 우리 아버지ㆍ어머니는 농사짓지 말라고 했다. 정부가 농업ㆍ농촌을 챙기고, 국민들이 농민의 생활을 걱정하고 지켜주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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