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20)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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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20) 강가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8.11.0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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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강가(江家)의 집/ 김병연(일명 김삿갓)

선두어약은삼척(船頭漁躍銀三尺) 뱃머리에 물고기 뛰어오르니 은이 석 자요
문전봉고옥만층(門前峰高玉萬層) 문 앞에 산봉우리 높으니 옥이 만 층.
유수당창치자결(流水當窓稚子潔) 바로 창 앞에 물 흐르니 어린아이는 늘 깨끗하고
낙화입실노처향(洛花入室老妻香) 꽃잎이 방으로 날아드니 늙은 아내까지 향기로워진다.

평생 동안 방랑 생활에서 쓴 그 많은 수작 속에서 한편의 시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흔히 김삿갓 하면 풍자로 쓴 시이거나 기발한 촉발시심으로 쓴 시들만 떠오르는데 이렇듯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랑 걸식하는 김삿갓도 포근한 살촌 강가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그리워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듯한 정경인가?
“뱃머리에 물고기 뛰어오르니 은이 석 자요 / 문 앞에 산봉우리 높으니 옥이 만 층 / 바로 창 앞에 물 흐르니 어린아이는 늘 깨끗하고 / 꽃잎이 방으로 날아드니 늙은 아내까지 향기로워진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방랑해 보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절창의 시다. 독일시인 하이네는 그의 시 <구름>에서 “기나긴 방랑 끝에 / 온갖 슬픔과 기쁨을 / 사무치게 맛본 자만이 / 저 구름의 마음을 알리라 <중략>” 명시를 남겼는데, 김삿갓 이야 말로 일생동안 살아온 삶의 경지는 허식과 가식이 없는 오직 진실만을 찾아 살다간 구름 같은 자유인이라 할 것이다.
김병연(김삿갓의 본명)은 사천부사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 난 때 투항한 죄로 집안이 멸족 되었으나 형 김병하와 함께 곡산으로 도망가서 살았다. 후일 폐족으로 사면되어 강원도 영월에서 살다가 과거에 장원급제 하였으나, 자신의 집안 내력인 할아버지 김익순을 조롱하는 시제(詩題)를 택한 자책과 폐족자에 대한 멸시 등으로 이십대 초반부터 방랑길에 나섰다. 전라남도 동북에서 객사하기 까지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으며 전국을 유랑하면서 가는 곳마다 기경한 시구와 풍자한 시와 함께 숱한 일화를 남겼다. 김삿갓은 그렇게 살다갔지만, 중국의 이백과 비견되고, 두보 만큼이나 불우했지만 한국문학사에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커다란 족적을 남긴 조선 말기의 시선이었다.
*김병연(金炳淵)1807-1863, 김립시집(일제강점기 1939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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