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오징어와 낙지, 결속하다와 끝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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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말/ 오징어와 낙지, 결속하다와 끝내다
  • 박진희 기자
  • 승인 2018.11.2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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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재미있는 북녘말(2)

지난 10월 9일,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이낙연 총리는 “세종대왕께서 한글과 땅을 주셨을 때 우리 겨레는 하나였다. 그러나 냉전은 겨레와 땅을 두 동강 냈다. 조국분단 70년은 말의 뜻과 쓰임새마저 남과 북에서 달라지게 바꾸고 있다”며 “2005년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 함께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일은 남북관계의 기복으로 멈췄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을 이어가려 한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오징어’는 북한에 가면 ‘낙지’가 된다. ‘오징어’는 남북이 다르게 쓰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우리가 아는 ‘낙지’는 북한에서는 ‘서해 낙지’로 칭하고, ‘갑오징어’만 ‘오징어’라고 부른다.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이 함께한 역사적인 순간마다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평창올림픽 기간인 지난 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라고 말하자, 김여정 부부장은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오찬장에서 오징어 튀김이 나오자 남북 가족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며 웃기도 했다.
‘결속하다’는 북한에서는 ‘마무리하다’, ‘끝내다’, ‘매듭짓다’ 등과 같은 의미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2000년 6월 29일 남북 간 제2차 적십자회담에서 박기륜 남측 수석대표는 “오늘 회담을 잘 매듭짓자”고 하고, 최승철 북측 단장은 “오늘 회담에서 결속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서로 다르게 사용했다. 조선말대사전은 결속하다에 대해 ①(하던 말을 끝내고 묶어서) 해당한 결론을 짓는 것 ②하던 일에 일정한 결말을 가져오는 것 ③(무전 같은 것을) 서로 통할 수 있게 연계를 갖는 것 ④동여서 묶는 것 ⑤(예전에 여행길이나 싸움길에 나서기 위해) 옷이나 갑옷을 차려입고 준비를 갖추는 것 또는 그 몸차림 ⑥(하나의 조직이나 역량에로) 묶어세우거나 뭉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④, ⑤, ⑥의 의미로만 쓰이며 국어사전에도 이들 뜻만 기술돼 있다.
‘산책’은 남한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북한에서는 ‘데이트’라는 이면적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하여 “나랑 산책할래요?”라고 하면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이 된다.
남북간 언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겨레말큰사전 사업’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남북이 공통으로 쓰는 말은 우선 사전에 싣고, 서로 차이 나는 말은 합의를 거쳐 단일화해 총 33만여 개 단어를 수록하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대표하는 사전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표준국어대사전>, 북한은 <조선말대사전>이다. 여기에서 23만 어휘를 선별하고 남북 및 해외에서 발굴한 10만여 개를 합해 <겨레말큰사전>에 수록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30만7천여 개의 올림말 선별을 완료하고, 올림말 중 12만5천여 개 단어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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