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18) 맑고 향기롭게, 허리를 바짝 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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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8) 맑고 향기롭게, 허리를 바짝 펴서 살아가자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1.03.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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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류시화 「산에는 꽃이 피네」

류시화 「산에는 꽃이 피네」

산에는 꽃이 핀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꽃은 아니다. 겨울산 어둠속에서 개울물을 찾아오는 짐승들을 위하여 도끼로 얼음구멍을 내고 있는 스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다. 가지런한 신발,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하여 그는 늘 허리를 바짝 편다. 침묵과 무소유의 철저함으로 오랜 세월 사람들의 영혼을 ‘맑고 향기롭게’ 적셔주던 법정스님이 가신지 1주년이 되었다. 인생은 다양한 풍경을 만나게 되는 길고 긴 여행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백마를 타고 문틈사이를 지나는 것만큼 짧은 것이 인생이다. 시인 류시화가 엮은 이 책은 스님의 법문과 말씀으로 이루어져 있다.

“들판을 거닐다가 달려드는 코끼리에 쫓겨 사내가 도망을 가는데 들판에 우물이 있어서 그 속에 뛰어들었다. 마침 그 우물에는 등나무 줄기가 하나 내려가 있어 타고 가다보니 우물바닥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고개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깜짝 놀라 다시 위로 올라오는데 위에서 두 마리의 쥐가 덩굴을 갉아먹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물가에 선 나무의 벌집에서 꿀이 흘러 넘쳐 얼굴에 떨어진다. 그 꿀맛에 취해 정신없이 핥아 먹었다” 이는 ‘빈두설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선가에서 자신이 그런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유명한 ‘안수정등’ 화두이다. 사찰의 벽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그것은 ‘생사고해에서 헤매는 중생’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라고 스스로 물으며 살아야 한다. 욕심은 부릴게 아니라 버릴 것이다.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삶의 미덕이다. 풍요 속에 사람은 타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눔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끝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고 좀 더 친절해지는 것이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이란 의미를 채우는 삶이다. 내 삶의 잔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거듭 거듭 새롭게 시작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날마다 죽으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살 때는 삶에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하고, 일단 삶이 다하면 미련없이 선뜻 버리고 떠나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으로 살 수 있다면 삶의 고뇌와 죽음의 두려움은 우리 곁에서 발붙일 수 없다고 한다.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손꼽히는 법정스님의 말씀이다.

부처님이 80세에 입멸하시면서 최후 설법으로 남긴 말씀은 “수행자들이여, 너희에게 말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노력하고 힘써라”고 하셨다. 수도자가 아니어도 허리를 바짝 펴서 살아가는 삶, 자기가 서있는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게 마음의 신발까지 가지런히 정리하여 삶을 살아가 보자. 즐겁게 살되 아무렇게나 살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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