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시장 바구니”
상태바
[기고] “내 시장 바구니”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8.12.19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순창읍장

얼마 전 어느 가게에서 목격한 일이다. 빵 몇 개와 음료수 한두 병을 산 손님이 가게주인과 언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 손님은 올 때마다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 달라는데 꼭 비닐봉지 값을 받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웃음이 나왔다. 1회용품 안 쓰기며, 비닐봉투 사용 안하기 등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나 싶었다. 순창에서도 대형마트 등에서 비닐봉투 값을 받고 아예 비닐봉투를 내 놓지 않는 곳이 많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종이봉투를 사용한지는 이미 수십 년이 되었고, 우리나라만큼 비닐봉투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는 것은 이미 보도된 바 있다.
퇴직 후 건강장수연구소에서 “남성을 위한 골드쿡 요리과정”을 다녀보기도 하고 집사람이나 동네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만들 때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며 맛을 내보려고 시도를 해 보았지만 수십 년의 손맛을 흉내 내기란 여간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요리 초보 입문이라 여기고 시장보기와 설거지부터 돕기 시작했다. 마트에 갈 때 마다 꼭 챙기는 것이 내 시장 바구니!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닐봉투 값도 아끼고 환경도 살리고!
글로벌 이슈가 된 환경문제! 해양생태계의 어두운 미래로 보고된 4대양의 위험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재앙으로 와 있다. 이른 바 플라스틱의 역습!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서 죽어가던 바다거북이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숨을 못 쉬던 거북을 보고 수의사들은 폐 감염이나 폐렴을 의심했지만 X-ray 촬영 결과는 뜻밖이었다. 거북의 목구멍에 비닐봉지가 꽉 끼어 있던 것이다. 또한 지난달 말 영국 해협에서는 한글이 선명하게 적혀있는 스프레이 윤활제 용기가 발견됐다. 현지 매체들은 ‘9500㎞를 건너온 한국 쓰레기’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단과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인간이 만든 플라스틱이 썩지도, 재활용되지도 않고 지구를 떠돌며 국가 간 갈등을 조장하고 해양 생명체를 죽이고 있다. 커피 매장에 등장한 종이 빨대를 보고 신기해하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플라스틱의 역습’이 거세지고 있다. 필리핀은 베트남, 태국 등과 더불어 다른 국가들로부터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동남아 국가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수입국으로 부상한 것은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한 여파가 크다. 중국의 수입 중단 조치로 당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도 쓰레기 대란을 겪은 바 있다. 플라스틱은 만들기는 참 쉽다. 공장에서 빨대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에 불과하지만 썩어 없어지는 데는 최소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다 쓰고 나면 일단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활용하지 않는 이상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버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포장재라고 한다. 포장재 플라스틱은 말로만 ‘재활용’일 뿐 소비자 손에 어가자마자 버려진다. 이렇게 돌고 돌다 결국 바다로 던져지는 쓰레기가 연간 1200여 톤에 달한다고 한다. 기약 없이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가 순환하는 지점에서 모여 거대한 섬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쓰레기 섬!! 바다에 침투한 플라스틱 때문에 신음하는 동물들은 인간에게 거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구조된 바다거북이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TV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 영상이 공개된 것을 계기로 플라스틱 빨대 퇴출 선언이 이어졌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해변에서 죽은 향유고래 뱃속에서는 자그마치 6㎏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왔다. 플라스틱 컵 115개와 페트병에 슬리퍼까지 나왔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역습’은 이미 인류에게도 가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홍합이나 굴 같은 인간이 즐겨 먹는 해산물과 소금이나 바다 생물 속에서 유해물질인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다. 인체에 들어와 쌓이면 암이나 불임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어마어마한 양으로 생산되고 있을 플라스틱은 앞으로 최소 5백 년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당장 우리 눈에서만 사라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한국으로 다시 갖고 가라”는 필리핀 사람들의 감정 섞인 외침이든 '마이크로비즈'든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당장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