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6)/ 입체적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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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좌(6)/ 입체적 이미지다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8.12.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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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글쓰기강좌 6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  / 모두가 머리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 벌어진 입으로 쉬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지만 / 명태들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다 / 모두가 악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입만 벌리고 있다

 

그물에 걸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입을 벌렸을 때  / 공기는 오히려 밧줄처럼 명태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 헐떡거리는 목구멍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 숨구멍 막는 공기를 마시려고 입은 더욱 벌어졌을 것이고 / 입이 벌어질수록 공기는 더 세게 목구멍을 막았을 것이다

명태들은 필사적으로 벌렸다가 끝내 다물지 못한 입을 / 다시는 다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끝끝내 다물지 않기 위해 / 입들은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 억지로 다물게 하려면 입을 부숴 버리거나  / 아예 머리를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말린 명태들은 간신히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 물고기보다는 막대기에 더 가까운 몸이 되어 있다 / 모두가 아직도 악쓰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 입은 단지 그 막대기에 남아있는 커다란 옹이일 뿐이다  / 그 옹이 주변에서 나이테는 유난히 심하게 뒤틀려 있다  
  - 명태 (김기택 시인)

시를 한 편의 이야기로 만들려면 먼저, 기승전결의 원칙을 되새겨야 합니다. 위의 시 <명태>는 총 4연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를 꼭 기승전결을 의식해서 4연으로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기승전결에 얽매이는 건 서사성이 강한 소설이나 시나리오에 가깝고, 시는 순간 이미지, 느낌을 잘 포착(관찰)해서  그 때 느낀 감정(왜?)을 잘 구성하는 것이죠. 
다음 시 황인숙 <삶> 전문입니다.

왜 사는가?
왜 사는가……
외상값.

연으로 보면 3연이라고 할 수 있고, 아니면 3줄로 된 시라고 봐도 좋겠죠.  먼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물음표로 1연에서 던지고, 2연에서 이루지 못한 꿈의 좌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또는 말 못할 심정 등이 말줄임표로 표현되었네요. 그리고 마지막 마침표를 통해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주제)를 찾아보내요. 시는 형식적으로 서사적(기승전결)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때 느낀 시인의 감정을 어떻게 한 편의 시로 풀어갈 것인가? 구성방식을 고민해야죠. 시인은 아마 카드 외상값 명세서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을 겁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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