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좌(7)/ 현대시는 어려워-1
상태바
글강좌(7)/ 현대시는 어려워-1
  • 김재석 귀농작가
  • 승인 2019.01.10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년 글쓰기강좌 7

시는 지금까지 현실세계를 메타포(은유)로 보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것도 시인의 시선으로 본 메타포의 세계이죠.
현대시로 오면서 메타포의 범위도 유사성이 있는 단어를 고르기 보다는 시인의 마음이나 내면의 소리에 집착하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대체 시를 쓴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이 시를 읽고 이해하겠어, 할 정도이지요. 그래도 시는 시죠. 보통,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이해도는 높아집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를 대표하는 문구인데 둘 사이에 만든다는 의미에서 유사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피로가 소리없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햇살이 구석구석 쌓인 눈을 녹이듯 우리 모두의 피로가 녹을 때까지 박카스가 응원합니다.”
박카스 광고입니다. 피로와 눈이 쌓인다는 의미에서 이 광고도 유사성이 높습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조금 겹칠수록 금방 이해하지는 못해도 난해하지는 않습니다.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이준관<별 하나>

별과 초인종은 금방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난해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별모양의 초인종을 연상해 보면 되지요.
그런데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거의 겹치지 않으면 난해합니다. 공통점이 거의 없어서 왜 이런 표현을 쓴 거야 할 정도지요. 그렇지만 이런 ‘낯설게하기’가 기존의 낡은 생각을 깨는 데는 청량제가 됩니다.
현대시의 최전선에 있는 시인 중 한 명인 함기석의 시를 잠시 볼까요. 함기석 시인의 <오렌지 기하학> 시집을 보면 시라는 차원을 다른 차원으로 메타포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까지 한국 서정시를 글 위주의 평면적인 2차원이라고 가정해 보면, 함기석의 시는 3차원을 넘어 3.5차원의 시를 보는 느낌을 줍니다.” 아직은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언어도 수학적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조금 이해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코흐곡선 해안을 걷고 있다
벼랑 끝 하늘로 물고기들은 헤엄쳐 오르고
죽은 자들의 숨이고 육체였던 저 투명한 대기 속에서
빛이 제 눈을 검게 태우고 있다
제로(0)인 너와
제로(0)인 내가 만나
무한(∞)이 되었다가 더 큰 제로(0)로 되돌아가는
아름답고 비정한 원(Circle)의 우주
그것이 그대로 삶이고 죽음이고 사랑인 시
세계는
제로(0)와 무한(∞) 사이에서 녹고 있는 눈사람(8)
자신의 부재를 자신의 몸 전체로 목격하고 기억하기 위해
눈동자부터 녹아내리는
진행형 물질
우린, 죽음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함기석 <오렌지 기하학> 서문에서

 

우리는 원을 정의할 때, ‘원은 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이라고  하는데 함기석 시인은 ‘인간은 죽음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이라고 원을 인간으로 바꿔놓았네요.
지구 둘레를 살아가는 인간은 같은 죽음 집합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주면서 무한의 제로 우주와 그 속에서 무한 반복을 겪는 너와 나라는 운명공동체 이야기입니다. 조금 청량제가 되었나요. 뭐 그래도 여기까지는 읽어 볼 만합니다. 

 <다음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