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속시한줄(26)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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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속시한줄(26) 논개
  • 조경훈 시인
  • 승인 2019.01.30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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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그림  조경훈 시인ㆍ한국화가
풍산 안곡 출신

 

논개(論介)

                          변영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임진왜란 때, 조선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 그 패한 원인을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조선과의 전쟁에서 임금이 있는 한양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게 되면 조선 백성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복종 할 줄 알았는데 의병이다, 승병이다, 전 조선의 백성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 덤벼드니 마치 그들은 벌떼와 같았다”고 술회하였다.
그때 그렇게 일어난 백성 중에는 여인도 있었으니 바로 기녀(妓女) 논개다. 1593년(선조26년) 진주성을 빼앗은 일본군이, 전승 축하연을 그곳 촉석루에서 열었을 때 그 자리에 참석한 논개가 왜장을 아래 남강가로 유인하여 그를 끌어안고 투신하여 함께 죽음으로써 나라를 사랑하는 충절과 조선여인의 기개를 세상에 알린 것이다.
천군만마로도 지키지 못하고 빼앗긴 진주성을 한 여인이 그 왜장을 죽이고 자기도 죽었으니 어느 사람인들 머리 숙이지 않고, 어느 사람인들 시 한줄, 술 한 잔 올리지 않겠는가! 그래서 변영로 시인은 뛰는 가슴을 안고 숨을 멈추면서 이 시를 썼을 것이다.
변영로 시인은 처음부터 기교에 중점을 두고 선택된 말의 연마에 그 재능을 보이신 분이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석류 속 같은 입술’ ‘꽃다운 혼’에서 보듯 직유의 시를 쓰고 있지만 당시의 백성들 마음과 논개의 혼을 헤아린다면, 이 시는 직유화법이 더 마음 깊이 울림으로 담긴다. 어느 시대이고 국가와 민족이 누란에 처해 있을 때는 자신을 던져 노래하는 시인이 많다. 이 시도 민족적인 정서를 아우르는 한편의 시로 널리 애송되고 있는 것이다.
 ● 변영로(卞榮魯 1897~1961) 서울출생. 저서로 <수주시전>, <명정 40년>(수필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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